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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Nov 26. 2021

환상과 현실 사이

남편

지난밤 꿈에 나온 남편. 아이보리의 헐렁한 셔츠에 통이 적당하고 편안한 바지를 입었다. 늘 긴장 가득했던 근육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두둑한 뱃살도 없이 날씬한 모습이었다.


어딘가로 떠난 여행길이 현실처럼 선명했다.

우린 다정하게 걸었으며 우리를 앞질러 막내아들은 연신 낚싯줄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몇 마디 말을 했는데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였고 따뜻하고 그냥 편안했다.


버스가 왔고 난 버스 타기 전 화장실을 들렸다. 웬일인지  한참이나 화장실에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버스를 타야하는 시간이 다 되었다고 소리가 나 서둘러 나왔다.


돌아오는 길 버스에 그는 타고 있지 않았고 동생이 내 옆에서 가만히 속삭였다.

"언니! 여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힐링하기 좋은 장소로 손꼽히는 곳 이래." "응. 그래서 이렇게 멋지구나."


러시아나 북유럽에나 있을 법한 빽빽한 나무 숲 사이를 지나쳐오며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지나 온 환상의 세계는 너무 아름다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가슴이 뭉클하고 아려와 몇 방울 눈물이 났다. 보고 싶다. 남편이 내 곁에 있는 것 같고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쉬고 있으니. 그토록 숲을 좋아하더니 숲의 전령이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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