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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형희 May 07. 2024

오월 칠일 화요일

어제부터 잠이 쏟아져서 계속 자는데도 피곤하고 또 졸리다. 비도 오고~ 날씨도 꾸리꾸리하고~ 그래서 그런가. 체중이 늘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나도 편하게 살면 좋긴 한데.. 어쩔 수가 없다. 화면에 잡힐 얼굴 때문에. 그거 아니면 다이어트 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먹고 싶은대로 먹고 놀고싶은대로 놀고 편하게 누워있으면 나도 좋지.


컨디션이 좀 떨어지는 것도 있긴 한데. 최근에 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어서 기분이 다운되는 것도 있고. 나는 내가 여유가 생겨서 마음이 너그러워져 화날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 여유라는게 나하고 부딪치는 사람이 없어서 생긴거라는걸 새삼 느꼈다. 프리랜서라 뭐.. 특별히 트러블 날 일이 없던거지..ㅋㅋ 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누군들 좋아하겠냐만은.. 사람 빡돌게 만드는 사람을 겪고 나니까.. 이게 내 옛날 성깔을 불러일으키네..?ㅋㅋㅋㅋㅋ 나는 A감독과의 프로젝트를 엎었다. 나 얘랑 일 못하겠는데?ㅋㅋㅋ 안그래도 어린 것이 꼬박꼬박 누구씨 누구씨 하는게 거슬린다 하는 중이었는데 열받게 하네 증말. 내가 누구님이라고만 불렀어도 화는 안났다. 할튼 얘랑은 다시 일하기가 싫어서..ㅎ 뭐 하려고 들면 어찌저찌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싶다. 두어번 해봤으면 된거지. 나는 그것보단 내가 독립적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는 중이다. 사실 궁극적으로는 내가 배우로만 참여하는게 좋긴 하지만. 누가 불러주는것만 기다리는 것도 우습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거지. 연출도 나름 재밌기도 하고. 하기사 내가 적극적으로 뿌리고 다니지 않은 것도 있다. 내가 지금 내 삶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나니까. 내 스케쥴에 맞추는게 편해지기도 했고. 편하게 찍어보자 했더니ㅎ 편하고 좋은 사람들하고 작업하는 것도 복이다. 쉬운게 하나도 없지요ㅎ


삶에 그럭저럭 만족을 하게 되면 찾아오는 권태로움이 있다. 나만 그런건 아니고 내 나잇대의 사람들 중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삶의 기틀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일. 사람. 취미. 모든 것들에 권태를 느끼는 것이다. 새로운 목표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지. 젊어서는 삶의 기반을 마련하느라 그걸 위해서 많은 것들을 쏟아부었고 이제는 그럴 이유를 못찾는 사람들. 나는 내 가정도 없고 아이도 없으니까. 매일같이 버는대로 돈이 들어가고 새어나가는 사람들처럼 그런 일이 없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는걸 볼 일도 없고. 배우자가 변해가는 일도 없으며. 누가 벌려놓은 일을 수습할 일도 없다. 오롯이 책임질 것이라고는 나 하나인 사람.


그렇다고 A감독처럼 빡치게 하는 사람하고 같이 있고 싶은건 아니다. 권태보다 증오가 더 나은 사람도 있다. 혼자 가만히 있다보면 너무 심심하니까 증오할 사람이라도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애초에 화가 많은 사람이라 화를 안내고 웃고 싶은거지. 어차피 늘 갖고 있는 화를 표현하고 사는건 권태와 비슷하거나 권태보다도 가치가 낮다. 편안하고 즐겁고 힐링할 수 있는 것들이 좋다. 거기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것만 같은 청사진이 있다.


기분좋고 편안하고 힐링되는 것들.


테니스에서 그 순간을 찾아보자고 하면 나는 서브를 연습할 때 그러하다. 서브를 잘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토스한 공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이. 마치 내가 연기에 집중했을 때 0.01초 마다 느껴지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같지는 않고. 그런걸 몰입이라고 한다지. 그렇다고 서브를 할 때 항상 그런건 아니고 그런 날이 있고 안그런 날이 있다.


그 외의 것들의 권태. 늘 같은 사람하고 치는 것들. 같은 패턴. 2년째 지속되는 테니스 레슨. 이런 것들은 익숙해진만큼 권태롭다. 다양한 사람하고 치면 재밌을거라고 해서 1000명 넘게 있는 방에서 모집하는데도 나가봤지만 재미가 없었다. 지역 클럽은 재미보단 뭔가..ㅎ 어르신들 구력이야 20년 30년 40년 되어가버리니.. 게다가 남자분들은 나이를 떠나서 다 그렇다. 가르쳐주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ㅋㅋ 선생님들이 한트럭이네. 요청하지 않아도..ㅎ 어느날엔 너무 웃겨서 많이 웃긴 했다. 안물어봤는데 가르쳐주는 사람이 많아서 ㅋㅋㅋㅋㅋ 가르쳐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게 보인다. 그런걸 보면 저 사람들도 사는게 얼마나 재미가 없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고.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고 있다. 자꾸 가르쳐주려는게 귀찮아서 어느 날엔가는 내가 테니스로 다 이겨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선생님들만 있는건 아니고. 매너좋게 같이 쳐주시는 금배분들도 많으셔서 그 정도는 나도 괜찮다. 배우는 것도 많고. L클럽은 그래도 나름 재밌긴 하다. 아무래도 구력도 다들 비슷비슷한데다가 다같은 테린이라 그런가. 근데 그만큼 내가 집중을 덜 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지난번에는 너무 더워서 애를 먹었다. 내가 원래는 더위라는걸 모르고 산 사람인데 작년에 코트에 나가면서부터 더위를 알게 되었다. 더우니까 진이 빠졌지만. 해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괜찮았다.


내 권태로움은 비단 테니스만은 아니지만. 암튼 테니스 권태기에 대해서 언니들이 알고 그룹레슨을 제안해서 받아들였다. 뭔가 리프레시도 필요한거 같기도 하고 해서. 그룹레슨이라 별 기대는 없다만. 레슨을 아예 쉴 생각이었어서 한 두달 정도 더 받는다고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다. 받아보고 괜찮으면 더 해보겠고 아니면 그만두겠다. 사실 별로 엄청나게 더 하고 싶은 맘도 없다만. 현재로썬 적당히 좀 받아보다가 재미없으면 레슨을 관둘 생각이긴 하다.


나는 이렇게 권태로운데 D는 어떻게 아직도 그렇게 매일같이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샘솟는건지 의아하다. 매일같이 새롭고 매일같이 재밌나? 대단하데..ㅎ


그리고 오늘 이년일개월 정도 다닌 테니스 학원을 그만두었다. 나는 그룹레슨이고 나발이고 뭐가 맞는건지도 모르겠고. 테니스도 재미없고 뭐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잘 모르겠는 상태지만 언젠가 또 레슨을 받고 싶게 되면 다시 등록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치님이 영원히 안녕(?)하는 것처럼 말하기에 나도 기대에 부응(?)하고자 쎄굿빠(?)하고 나왔다..ㅋㅋㅋ 이년 가까이 매주 본 사람이라 한번에 딱 자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그만두는걸 코치님하고 상의할 수는 없으니까..ㅋㅋ 뭐.. 그렇게 됐다. 어쩌겠냐. 언제 그만둘지 상의할 수는 없으니까..ㅋㅋ 그러고보면 관계성이라는게 그랬네. 내가 그만두면 딱히 볼 일이 없는 사람. 그게 당연하긴 하지만. 뭐.. 이년 전 쯤 코치님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해보면 꽤나 어른스러워지긴 했다. 그땐 욱하는 것도 많았고ㅋ 그때 그 기억들이 꽤 길게 오긴 했다. 그 시절엔 그랬지. 어렸고. 이미지라는게 생각보다 되게 강력하네ㅎ 다른데 간다고 하면 기분나빠할 줄 알았다. 내가 그 시절을 기억하는 탓에. 그렇진 않고 깔끔했다. 매너도 있었고. 조언도 해주고. 내 테니스 권태기에 대해 이러저러 얘기를 해 준걸 들으니 처음으로 코치님이 멘토로 보이긴 했다. 코치 말고 멘토. 뭐 매주 볼 일은 없겠지만 L클럽에서 보는 날도 있겠지. 이러저러한 일들이 꽤나 있었던 2년이었던 묘한 관계성이긴 했지만 마무리가 좋았던 것 같다. 흠. 적고보니 내가 언젠가 다시 테니스에 흥미를 붙이면 다시 배울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던게 되게 별 생각없던건지도 모르겠네 ㅎㅎ 요즘엔 깊은 생각같은건 개나 준 상태긴 하다.


일본 여행을 당일치기처럼 다녀온 것만 봐도ㅎ 별 생각없이 살고 있는게 맞다. 혼자 여행을 갔다면 나는 아마도 숙소 근처나 배회하다가 왔을지도 모른다. 나의 극P성향은 뭘 알아보는 것도 어려워서 유심칩도 지하철도 언어도 모두 동생이 처리해주긴 했다. 동생도 P성향인지라 우리는 계획세우는데는 쥐약이지만 언니가 부실해서 뭐 어쩌랴..ㅎ 그것도 네 운명이겄지 동생아..ㅋㅋㅋ


뭘 알아보는건 너무 골치가 아파서 이번에 옮기는 레슨장도 H가 대신 알아봐주고 대신 등록해주긴 했다. 아.. 솔직히 요즘의 나라는 인간은.. 손이 많이 가는 인간이긴 하다. 원래도 알아보는건 너무 귀찮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점점 뇌를 빼고 사는거 같긴 한데..ㅎ 종소세도 코치님이 말해서 했지. 완전 까먹고 있었고. 그냥 수영장 물에 둥둥 떠있고 싶네.


어쨌든 테니스는 한달이고 두달이고 간에 계속 하게 되었으니까. 어떤 목적성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타이밍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테니스를 하려고 했던건 체력 때문이었는데. 체력은 어느 정도 많이 끌어올리긴 했다. 조금 더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체력이긴 하다. 그렇다고 승부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하는건 아니다. 실력에 상관없이 테니스만 하고 싶은건 내 성격상 안된다. 이왕 시작한거면 제대로 해야지. 테니스를 통해서 H와 친해진건 재밌고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H 를 보려고 테니스를 하는 건 또 아니다. 나는 테니스를 안해도 H하고 만나서 놀 거리가 많다. 운동을 안하면 체력이 떨어질건 분명하기 때문에 뭐라도 운동은 해야한다. 그래. 별 목적성은 없긴 하다. 그렇다고 아주 재미없는 건 아니긴 한데. 틈틈이 재미없고 틈틈이 재밌다. 어쩌면 테니스에 대한 생각을 안하고 사는게 나은지도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이네.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야말로 금방 질리기 쉬운 것이긴 하다. 계속 생각할수록 이미지 소모가 많아지니까. 생각한 적 없는데 친해진 H를 생각해보면ㅎ


나는 H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다. 사실 특별히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라서. H는 친근함이 있는 사람이다. 사실 좀 과한ㅎ 애정이 많은 편이고. 날 좋아해준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공통점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H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 중 한명이 나였고 내가 H가 맘에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H는 앞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원하는걸 금방금방 드러내는 편이고 나는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대체로 수용하는 편이다. 같이 코트에 나가자던 요청이라든가 같이 밥먹자는 요청이라든가. 나는 시간이 많았고 H는 궁금한게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이건 G하고도 마찬가지였는데. G도 친근함이 많은 편이다. 누나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다. 같이 얘기하자고 하기에 그러자고 했다. 나는 심심했고 그 자리에 있었고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기도 했으니까ㅎ 그러니까 다 이런 식이다. 별 생각 없었는데 친해진 의외의 사람들ㅎ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들 중 하나인데. 사실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시간을 써 준다는게 고맙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시간이라는게 금보다 귀하니까. 돈이라는건 부수적인 것들이다. 있으면 편하지만 전부는 아닌.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들이 고마운건 아직 어린 사람들은 잘 모르긴 할 것이다. 특별히 고민할 것도 없이 친해지는 사람들이 편하고 좋고 질리지 않고 힐링이다.


D도 편한 친구긴 하지만.. 흠. Y도 그렇고. 남편이 사이에 껴 있다는게 되게 좀 애매하네ㅎ 나는 최근에 Y의 남편이 되게 이상해보여서 Y도 좀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이긴 하다. Y의 남편은 Y를 감시하고 있다..ㅋㅋㅋㅋㅋ 아 놔.. 한국 사회라는건 생각보다 갑갑한 부분이 많다. Y가 물론 여자긴 하지만. 무슨 팜므파탈도 아니고. 다른 남자한테 관심도 없고. 다른 남자들도 Y한테 1도 관심이 없다. Y가 짧은 치마를 입든 월남치마를 입든 벗고 다니는게 아닌 이상 누가 관심을 갖는다고 감시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다 들어주고 있는 Y도 그렇고. 나랑 정서가 좀 안맞네..ㅎ 이런 부분에서 내가 예전에 결혼을 기피했던 점들이 생각이 나긴 한다. 나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내 생활이나 내 삶이 많은 부분 사라지는게 싫었다. D와 H를 보면서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했던건 D가 결혼을 했어도 D의 삶이 없어지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D가 가정적인 사람이고 서로 신뢰가 있으니까 D나 D의 남편이 서로 테니스를 하든 테니스할아버지를 하든 프리하게 냅두는거지만. Y와 Y남편을 보면 신뢰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잘 모르겠다. 둘 사이에 큰 아이까지 있는데도. 못믿는다는 것도 이상하고. 우리가 뭘 이상한걸 하는 것도 아닌디.. 감시를 왜 하는것인지..ㅋㅋㅋ 거 사람 이상하게 만드네 싶기도 하고. 그렇게 이상한 모임이면 내가 있겠냐고ㅎ 여기에 무슨 로맨스가 있다고 감시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하기사 테니스 하면서 불륜이 겁나 많다고는 내가 듣긴 했지만. 우리 모임에서..???? 그럴리가????ㅋㅋㅋㅋㅋ 여기서 만약에 무슨 불륜같은게 피어난다면 참 비위가 좋은 사람이지 않을까ㅎ 우리 모임이 그런 모임이 아닌데ㅋㅋㅋ 에혀 모르겠다. 알아서들 하시구랴 부부의 일이란. 나는 그냥 좀 멀리- 아무 상관없는채로 있어야겠다 싶다.


뭔가 쫌 피곤하네 ㅋㅋ 오랜만에 생각을 좀 많이 한 것 같다.


생각없이 사는게 편해.


하루하루 주어진 삶이나 열심히 살자.


그게 내 맘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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