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나의 차이점
대부분 누군가의 마음을 사기 위하여 애를 쓴다. 그러기 위해서 지난 역사 동안 이러한 고찰은 철학으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살기 위해여, 사랑하기 위해서, 오래 오래 어울리고 싶어서 그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운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미움을 사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것쯤은 배우지 않아도 의식 속에서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점은 단번에 위악이 드러난다는 것이며 답을 이행하게 되어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나에게도 상처를 주게 된다. 그렇게 사회적 자해의 생채기를 드러내게 된다.
미움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런 일을 다시 한다는 것은 내가 널 도저히 미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구한 핑계 속에서 너와 멀어질 이유가 있다하여도 이런 널 미워하기란 세상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널 가장 힘들게 한 일을 다시 반복하고 모른 척 하는 것이야말로 내 의식 속 너가 날 미워하게 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알면서 끝까지 모른 척 하는 일은 그냥 내 마음을 조각내 터트려 버리면 쉬워지는 일이었다. 난 너가 화낼 줄 알았다. 그게 내 삶 속에서 존재한 우리의 마지막이었으니까.
하루 종일 너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내 마음을 한 데 모아 준 너는 각자의 길을 가길 제안하면서 잘 지내라고 했다. 나조차도 모으지 못한 내 마음의 조각들을 모아주고 떠나는 네 모습을 보며 어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나의 어질러진 이별에 가장 잘 정리된 결말을 준 너에게 하염없이 마음만 아렸다.
두 사람이 만나려면 시간과 공간이 모두 맞아야 한다고 한다. 내가 다른 시간이나 다른 공간에 있었다면, 널 더 오래 볼 수 있었을까? 지금 여기에서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널 볼 수 있었다 생각한다. 잠시 스친 우리 기억을 추억 속에 넣었다. 끝내버린 시간과 텅 빈 공간을 돌아보며 한 번 웃어보고는 나도 한 걸음 떠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