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어 오븐을 샀습니다
90년대생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화 '꿈빛 파시티엘'.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던 그 애니메이션은 한 아이에게 베이킹의 꿈을 만들어주기에 너무나 적절한 계기였다. 감딸기가 사건사고에 휩쓸리며 점점 베이킹 실력이 늘어나가는 걸 보면서 감딸기처럼 살고 싶던 어린이는 엄마에게 "나도 오븐 갖고 싶어!"를 시전했다. 당연히 만화에 나오는 커다란 오븐을 살 수 없는 엄마는 "오븐 못 사! 집에 둘 곳도 없어!"로 반격했다. 결국 어린이는 쿠키 반죽을 프라이팬에 앞뒤로 구워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는 꼭 어른이 되면 오븐을 사서 집에서 쿠키를 구울 것이라고 다 익지도 않은 쿠키를 먹으면서 다짐했다.
프라이팬에 쿠키 굽던 어린이는 시간이 지나 수능을 치고 대학에 합격하여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알바를 하며 돈을 쫌 쫌 따리 벌 수 있게 된 나이가 되었고 어린이때보다 더 비싼 물건들을 살 수 있게 되자 바로 오븐부터 보러 다녔다. 인터넷에 서치해서 나오는 오븐 중 저렴하면서 집에 들어갈만한 넉넉한 크기의 오븐을 찾아서 바로 주문했다. 오븐을 주문하기만 했을 뿐인데, 거의 10여년 전에 꿈꾸던 베이킹을 이제 집에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집에 도착했을 때 부엌 구석에 오븐을 설치하려고 오븐을 들고 올 때 경악한 엄마의 표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나도 집에서 쿠키를 구워 먹을 수 있다는 그 생각만으로 대학생은 너무나 신이 났다. 쿠키? 케이크? 빵? 파이? 뭐든지 구울 수 있다는 생각에 어두운 베이킹의 이면이 다가오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오븐이 오자마자 바로 베이킹 유튜브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초보가 구울 수 있는 쿠키는 뭐가 있을까? 버터쿠키도 맛있어 보이고 페스츄리도 맛있어보인다. 빵도 먹음직하고 케이크도 차라 먹으면 잘 어울리겠지? 마들렌도 좋다 휘낭시에도! 와 다 구워봐야겠다! 라는 상상과 함께 오븐을 기다렸다. 그렇게 오븐이 오기도 전에 쿠키 반죽을 만들어 냉장시켜 두었다. 오븐이 오자마자 팬에 조각낸 반죽을 넣고 구웠다. 오븐이 띵하고 울리고 팬을 꺼내 쿠키를 보았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매번 먹던 쿠키들과 다르게 딱딱하고 텁텁하고 까무잡잡했다. 원래 오븐에서 구우면 잘 구워지는 게 아닌가? 처음 구워서 그런가 다음 번에는 잘 나오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은 에그타르트랑 마들렌을 구웠다. 에그타르트는 옆면과 바닥면이 분리되어서 구워졌고 마들렌은 부풀지도 않았다. 맛은 설탕 덕분에 먹을만 했지만 모양새는 영 별로라서 또 다시 좌절했다. 오븐만 있으면 먹고 싶은 빵과 과자는 다 뚝딱뚝딱 만들어서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거 아닌가? 왜 다 이 모양이지? 되는 베이킹이 없었다.
과연 윤슬우는 베이킹을 성공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