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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s and Ends Sep 05. 2023

[미디어 칼럼] 쏟아지는 여행 예능, 이대로 괜찮을까

위기에 몰린 TV예능의 초상

너무나도 많은 여행 예능들.

'택배는 몽골몽골', '뿅뿅 지구오락식', '뚜벅이 맛총사', '걸어서 환장 속으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떴다! 캡틴 킴', '다시 갈 지도', '텐트 밖은 유럽', '지구마불 세계여행', '배우는 여행중', '두 발로 티켓팅', '뭉뜬리턴즈', '브로 앤 마블', '바퀴 달린 집', '부산촌놈 in 시드니', '수학 없는 수학여행', '아주 사적인 동남아', '하하버스', '형따라 마야로'...


2022,2023년도에 방영한 해외여행 예능 중 '일부'를 늘어놓은 것이다. 도대체 여행 예능은 얼마나 더 나올까?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그동안의 설움을 풀기라도 하듯 해외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이 그야말로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물론 TV예능의 특성상 하나의 포맷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이와 비슷한 소재와 포맷이 꾸준히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나 지금의 여행 예능은 그 갯수가 너무 많을 뿐더러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몇 가지 쟁점을 분석하며 이를 통해 여행 예능이 쏟아져나오는 지금의 방송현실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쟁점1 : 같은 듯 약간씩만 다른 구성 

'사이비'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여행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매우 다양한 방식의 변주를 통해 독창성을 부여하기 위한 여러가지 변주를 하고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된 방법은 독특한 출연진을 구성하는 것. '텐트 밖은 유럽'이나 '두 발로 티켓팅' 등은 평소에 방송콘텐츠에서 보기 힘든 배우들을 출연진으로 구성하였으며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방송인이 아닌 유튜버만으로 출연진을 구성하였다. '부산촌놈 in 시드니'처럼 유튜버와 배우를 섞어 출연진을 구성한 경우도 있다.


 독특한 여행지를 택하는 것도 하나의 변주 방식이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형따라 마야로' 등은 일전에 TV 예능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인도나 마야문명을 찾아 떠나며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시도를 했다. 차별화된 콘셉으로 여행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촌놈 in 시드니'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워킹 홀리데이'를 소재로 하였으며 '브로 앤 마블', '지구마불 세계여행'등은 여행과 게임을 융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여행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각 프로그램의 차이를 구별하기는커녕 서로 다른 프로그램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결국 '거기서 거기'인 프로그램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관찰 예능이나 육아 예능이 TV를 점령하던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비슷해 보이는 프로그램이 양산되지는 않는다. 결국 '여행'이라는 큰 틀을 해체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에게는 비슷하게 인식될 수 밖에 없다.



쟁점2 : 맞지 않는 수지타산 

늘어나는 제작비와 줄어드는 시청률


 해외여행은 돈이 많이 든다. 당연히 '여행 예능'또한 막대한 제작비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수많은 제작진의 항공료와 현지 숙박료, 기타 경비는 물론이거니와, 출연진의 출연료 또한 막대하다. 특히 최근 배우들 위주로 제작하는 여행 예능의 경우 타 방송인들에 비하여 출연료 지출의 규모가 매우 크다. 또한 여행 예능 특성상 촬영 기술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예능보다 훨씬 더 많은 카메라가 필요하며 드론 등의 고급 촬영장비와 촬영기사 또한 동원되어야 한다.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솓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회차마다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들어가는 반면, 시청률과 화제성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이다.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신작 여행 프로그램은 시청률 1%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슷하게 열풍을 일으켰던 '트롯트 오디션'들과 비교하면 매우 처참한 수준이다.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음원 수익이나 무대 클립 영상, 방송이후 콘서트 등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여행 예능은 이 또한 불가능하다.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목적은 당연히 수익성에 있다. 지금처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여행 예능은 곧 분명한 쇠퇴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쟁점 3 - 그럼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여행 예능

이는 곧 TV 예능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이렇게 단점이 명확한데도, 새로운 여행 예능은 왜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일까. 이는 TV 예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TV예능은 현재 분명한 침체기에 놓여있다. OTT 플랫폼의 드라마와 영화가 선전하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유튜브의 강세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TV보다도 훨씬 가볍게 웃음과 재미를 얻기 쉬운 유튜브를 시청하며 TV예능을 대체한다. 짧은 호흡과 시청길이도 주효할 뿐더러 TV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자유로운 구성과 선정성은 시청자들에게 훨씬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TV예능은 제작의 선택지가 매우 좁아진다. 방송국의 제작환경 하에서 유튜브와 견주어 가장 큰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은 '제작비'이다. 수많은 제작진과 카메라, 비교적 쉬운 유명인의 섭외, 기타 소품이나 경비에 투자하는 비용까지 TV예능은 유튜브 콘텐츠에 비하여 더 많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따라서 TV예능이 대중들에게 어필 가능한 장점 또한 속된말로 '돈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 예능은 꽤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유튜브 여행 콘텐츠와 달리 배우와 같은 유명한 인물들을 섭외할 수 있고 타지의 멋진 풍경을 더 다양하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맷이나 구성으로 콘텐츠에 독창성을 부여 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되다 보니, 안전한 방식으로 다른 플랫폼과 차별성을 부여하는 시도가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피치못할 이유들이 붙는다 하여도, 지금과 같이 비슷한 포맷의 여행 예능을 쏟아내는 것이 현재 TV예능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저조한 시청률과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여행 예능만을 고집하는 것은, TV예능이 그만큼 수세에 몰려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많은 제작비 외에도 TV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인재'이다.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제작하는 콘텐츠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는 플랫폼인 만큼, TV예능이 현재의 고착화된 방식을 타개할 슬기로운 해결책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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