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dds and Ends Aug 29. 2023

[미디어 칼럼] <개그콘서트> 부활에 대한 기대와 우려

한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단상

오는 11월, <개그콘서트2>가 공개될 예정이다.

 오는 11월,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가 <개콘2>라는 가제로 돌아온다. 종영을 전후하여 여러 잡음과 비난이 많았던 <개그콘서트>지만 분명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그램임에는 틀림없다. 많은 이들의 마음 한 켠에 일요일 저녁의 즐거운 기억을 남겨준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마냥 반기고 싶지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예능의 불황기에서 거대한 네이밍 파워를 가진 <개그콘서트>의 부활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개그콘서트>에 대한 기대 :

메마른 예능계에 '뉴 페이스'를 공급할 화수분이 될 수 있을까?


 <개그콘서트>는 대표적인 '등용문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등용문 프로그램'이란, 많은 엔터테이너 들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공중파 TV의 출연이라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끼와 재능이 넘치는 새로운 방송인을 발굴하는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에 수많은 출연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초에는 'X맨', '강심장' 등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있었고 최근까지 '슈퍼스타K'부터 시작하여 '쇼미더머니', '미스터트롯'에 이르기까지 각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등용문 프로그램'의 대표격인 과거 SBS프로그램 <강심장>

 

 예능계에서 '등용문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예능인'을 양성하기 때문이다.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예전같지 못한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반복되고 뻔한 출연진 구성이다. 아직도 거물급 MC는 2000년대부터 활동했던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전현무 이후 등장하지 않고 있다. 서브 출연자들 또한 근 20년간 비슷한 사람들이 반복되고 있으며, 빈 자리는 과거 <개그콘서트>나 <웃찾사>에서 얼굴을 비췄던 개그맨들이 채운다. 그나마 새로운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이돌 가수이거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다. 최근에는 부족한 예능인을 수혈하기 위해 유튜브 스타들이나 배우들까지 섭외되고 있다.


 사실 '예능인'의 범주는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엔터테이너가 충분한 역할을 수행해 준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웃음'과 '유머'와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에 코미디언 출연자는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 조합에서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어쩌면 <개그콘서트>의 부활은 메마른 예능계에 새로운 인물을 공급해 줄 화수분의 등장일 수도 있다. 재능과 끼가 넘치는 수많은 새로운 인물들이 <개그콘서트>라는 큰 플랫폼을 통해 얼굴을 비추고 대중들에게 익숙해진다면, 앞으로 나올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게 정말 커다란 동력을 실어줄 수 있다.




<개그콘서트>에 대한 우려 :

코미디는 과연 TV와 어울리는 장르일까?


 <개그콘서트>에는 내로라하는 코미디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코미디언들은 <개그콘서트>의 종영 이후 앞다투어 많은 콘텐츠에 등장하여 <개그콘서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들은 <개그콘서트>의 검열이 너무 심하다고 했으며 코미디 코너에 대한 모든 결정권이 PD에게 놓여있어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개그콘서트>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TV 프로그램은 제작과정 상의 엄격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는 회사의 사칙과 이해관계 등 매우 복잡한 매커니즘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TV 프로그램은 메인PD가 프로그램의 통솔권과 책임을 지고 컨트롤하는 구조로 생산된다. 통제와 관리, 이는 코미디의 본질과 매우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방송국의 코미디에는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코미디언조차 본인의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코미디 엔터테인먼트 회사 <메타코미디클럽>. 멤버중 많은 이들이 방송국 공채 개그맨 출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TV라는 플랫폼 자체가 코미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OTT나 유튜브와 달리 TV는 수동적인 플랫폼이다. 일단 TV앞에 앉아 채널을 고르게 되면, 제공되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TV콘텐츠는 방영되는 순간 시청 대상이 불확실해진다. 누구에게 전달될 지 모르는 콘텐츠는 누구에게나 이해되는 범주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TV 프로그램들이 과도한 규제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시스템에서 가장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장르는 코미디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피해는 코미디언이 입는다.


 현재 코미디 장르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는 '메타코미디클럽'이다. 유튜브 플랫폼을 기점으로 활동하며 '피식대학', '숏박스' 등 소속된 크리에이터들이 각자의 채널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들중 다수의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 방송국 공채 코미디언 출신이며 <개그콘서트>나 <웃찾사>에서는 그다지 이름을 알리지 못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중들의 반응은 '개그콘서트는(TV 코미디 프로그램은) 재능을 펼치기 힘든 곳이다.'라는 의견이 많다.


 나 또한 이 의견에 동의한다. <개그콘서트>가 쇠퇴를 하기 시작한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인기를 얻고 '국민 프로그램'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부터였다. 수많은 이들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TV 코미디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이 시청한 <개그콘서트>가 돌아온다면 과연 엄격한 방송국과 대중들의 검열을 뚫고 코미디언들이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혹자는 뉴 미디어 등장 이후 TV 코미디는 헤묵은 것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해외의 많은 TV방송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건재하다. 한국의 코미디 프로그램 시장은 90~00년대까지 찬란한 황금기를 보낸 이후, 완전히 황무지가 되어버리고 유튜브 채널에게 그 바톤을 완전히 넘겨준 모양새다. <개그콘서트>의 부활에 많은 이들이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상황에서 과연 <개그콘서트>가 다시금 TV 코미디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미디어 칼럼] 과도기에 놓인 한국의 OTT예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