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오랜만에 장편극영화로 돌아온 김태용 감독뿐만 아니라 화려한 출연진들로 올 한 해 기대작 중 하나였다. 사실 영화는 2020년 4월에 촬영이 들어가 2021년 5월에 제작이 마무리가 되었으나 팬더믹으로 인해 개봉이 연기가 되었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일각 코로나가 준 여파는 여러모로 크고 생활 다방면에 변화를 준 부분이 큰 것 같다. 개인적으로 때를 놓친 게 좀 아쉬운 부분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가 비주얼적으로 이쁘게 보이는 씬들이 많다. 아무래도 배우들의 케미도 괜찮은 것이 한 부분을 한 것 같다. 그중 정인과 태주를 연기한 수지와 박보검의 조합이 돋보였다. 영화 속에서 정말 이쁘고 다정한 커플로 보여 열애설이 터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인과 태주 커플이 가장 사랑스럽게 보이는 부분은 함께 노래를 부른 장면이었다.
달달하며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미소가 지어지는 둘의 호흡이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노래의 작사를 박보검이 하였다고 한다. 촬영전날 김태용 감독이 박보검에게 작사를 직접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제안을 하였고 우쿨렐레 연주를 하면서 바로 가사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이후 다음날 수지와 함께 가사를 외우고 합을 맞춰었다. 박보검 본인도 여러 장면 중 이 신을 최고로 꼽기도 하였다.
원더랜드는 배우들의 케미들에 대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지만 감독과 배우에 있어서도 주목받기도 하였다. 바로 만추 이후로 부부가 된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가 아주 오랜만에 같은 영화를 했다는 점이다. 김태용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쓸 당시 부인 탕웨인 아이디어 교환을 자연스럽게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바이리의 캐릭터에 그녀를 염두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애초에 영화가 작은 규모의 작품으로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과정을 거치며 이야기가 글로벌하게 확장되어 뒤늦게 캐스팅이 되었다고 한다.
김태용 감독은 초기 시나리오에 정란과 손자 준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정하여 진행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리움이라는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하나의 관계에만 깊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다양하게 설정을 잡아 써보면서 더 펼쳐친 인물들의 모습을 담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울정도로 정란과 준구에 감정선에 몰입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내 시선은 가장 아쉬운 곁가지로 보였다.
배우들의 재미난 부분으로 정유미와 최우식의 이야기도 있다. 둘은 예능을 통해 가까워져서 상당히 친분이 있는 사이이다. 공교롭게 작품으로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비중으로 메인보다는 떨어진 서브지만 나름 비중 있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최우식은 연기를 하는 게 조금은 어색했다고 한다. 촬영현장에서 그녀를 보는 게 쑥스러웠다고 한다. 아무래도 예능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다 보니 그러했던 것 같다.
원더랜드 설정상 영상통화의 씬들이 다수 등장한다. 우리는 조금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페이스타임이나 영상통화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이다. 김태용 감독도 아무래도 촬영 스케줄이 많은 탕웨이와 화상통화를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영화의 아이디어가 발현되기도 했다고 할 수 있다. 화상통화와 재미있는 비하인드로 탕웨이와 공유 간의 첫 미팅에 있다. 둘은 영상통화를 통해 마주하였고 당시 탕웨이는 휴대폰으로 보고 있었는데 공유는 큰 브라운 관의 사이즈로 보아서 자신의 얼굴이 너무 크게 보일 것 같아 민망하였다고 한다.
원더랜드는 볼만한 거리들이 많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작품이 던져주는 메시지도 그리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전달된다. 그래서 나쁘지 않은 이야기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게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가족의 탄생, 만추등으로 이어지는 강한 포텐셜을 보여준 김태용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왠지 조금 더 할 수 있고 세밀하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러한 게 내게 이미 써진 선입견에 아쉬움을 준다. 그럼에도 나는 만추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김태용의 차기작을 기대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