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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이 Apr 02. 2024

워킹맘일기1. 복직 d-4 내가 새벽에 깨는 이유.

복직 d-4 내가 새벽에 깨는 이유.

괌여행에 다녀와서 복직을 1주 앞당겼다. 출산율이 너무 낮아져 이것 저것 애쓰고 있는 정부. 육아휴직이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어난다는데 하루라도 남겨져 있어야 그 혜택을 받을 수 도 있다는 썰.(이 모든걸 썰에 의지해야하는 대한민국 출산율 오를 수 있을까? 출산율 떨어지는 속도에 비해 너무 느린 의사결정) 이게 큰 이유기도 했지만 고작 1주일지만 남겨두면 진짜 다급할때 쓰겠지 싶기도 하고 또 1일자 복직이 여러므로 편할것 같아서한 결정이였다.

복직을 결정하고 복직원을 쓰기위해 회사 그룹웨어에 로그인을 했다. 너무 낯설기도하고 익숙하기도한 이 화면. 다시 잘 할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복직이 확 다가왔다. 복직원이 결재되고 그날 새벽부터 3-4시만 되면 잠에서 깬다.

아기 100일까지는 너무 달라진 내 삶에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잠깐씩 그리워져서 나중에 복직할때 참 설레겠다 싶었는데. 현실로 닥치니 걱정만 한 가득하고 있는 걱정인형.

친정엄마, 아기, 나, 남편 원팀이 되어야는데 모든 구성원이 걱정된다. 일단 조카와 함께 우리 아들까지 봐주셔야하는 친정엄마, 엄마의 희생에 얼마나 더 기대야 내가 잘 살수 있을까? 존재 자체로도 감사하고 죄송하다.  엄마의 신체와 정신건강이 걱정이다. 

아침에 엄마 없이 지낼 아직은 너무 어린 우리아들. 요즘엔 일어나자마자 까까를 외치며 자기가 아는 단어를 다 내뱉는데 그걸 이제 못듣는다니.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에 엄마와 함께하는 아침 일상이 사라질 아기가 걱정이다. 

분당에서 양재였던 꽤 괜찮았던 출퇴근길이 동탄에서 양재로 바뀌며 내 체력이 버텨줄까? 낯선 사람들로 가득찬 회사에서 일은 잘 할 수 있을까? 적응을 너무 늦게 하면 어쩌지 나의 체력과 업무 능력이 걱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타준 커피를 챙겨 출근하고 퇴근하면 아기랑 반갑게 맞이해주고. 보통의 직장인 유부남으로 살았던 남편, 아침육아 담당이 쉽지 않을텐데 안그래도 이사로 운전시간도 늘어났는데 아침잠 많은 남편이 걱정이다. 

엊그제 남편에게 새벽에 요즘 매일깬다고 말하며 오빠는 하나도 걱정이 안되냐고 물었다.(하루하루가 전쟁일 텐데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남편) 퇴근 후 나의 감정 기류가 젤 걱정이라며 자기까지 초조해하면 되겠냐 이전엔 더 혹독한 출퇴근도 잘했던 본인이라며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제법 든든하게 대답해줬다.

명절에 부모님이 주신 새뱃돈 봉투에 적혀있던 엄마의 손글씨 한줄 “올해 힘들겠지만 잘 견뎌내보자” 조카와 아들이 아직 둘다 어려 올해가 제일 힘들거란 이야기를 엄마랑 많이 했었는데 그 시점이 다가오니 든든한 남편에 비해 엄마와 나는 초 긴장상태인듯 하다.  

육아의 시간이 누군가의 희생과 또 누군가의 걱정으로 가득 찬다는게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 비하면 나는 꽤 괜찮은 현실일지 모른다. 든든한 남편, 어린이집에 잘 적응한 예민하지 않은 아들 그리고 친정 부모님.

걱정으로 가득 찬 새벽시간 오늘도 새벽 4시 눈을 떠 블로그에 남긴 아들의 성장일기를 다 읽고나서 출산을 앞두고 썼던 글, 휴직전 마지막 출근날 쓴 글을 읽어봤다. 이때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해 했는지..., 

불안, 초조하고 걱정되는 비슷한 마음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보내고 맞이했던 육아휴직 기간. 모든게 낯선 힘든 육아의 시간을 보냈지만 힘든만큼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던 시간들이였다.  한 사람을 잘 낳아서 15개월동안 잘 키운 내 인생 가장 의미있었던 시간. 

몇년뒤 아니 딱 6개월 뒤의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복직 완벽적응! 워킹맘&우리가족 모두 잘 해내고 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너무나도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곧 생일이라 친구두명을 낮밤으로 만난 불타는 금요일나를 너무 잘 아는 친구들은 출산전 걱정인형이였던 내게 용기를 줬듯이. 또 다시 긍정의 기운을 팍팍줬다. 친구들이 전한 초긍정 마인드로 다시 자야겠다.(주말 육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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