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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11. 2023

3. 1층, 화이트에 반하다.

사람이든, 집이든 홀릭되는것은 순간이다.

부동산실장을 따라 들어가는 1층 아파트. 처음이다. 1층 아파트는. 나는 26층, 19층에 살았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아파트 2층 이상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가본적이 없다. 3년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집이라 했고, 소위 '예쁜 집'이라 했다. 네이버부동산 매물 정보에는.

얼마나 예쁘길래, 순전한 호기심이었다. 나는 고층의 가슴 트이게 하는 뷰를 아주 선호하는 조망권 선호자이다.

옅은 민트색에 금장손잡이가 있는 중문을 본다. 이 여리여리하면서 은은한 색감은 뭐지.하면서 눈을 들어보니 하얀색으로 된 바닥과 천정 통로가 길게 연결돼있다. 몇걸음 걸어가니 하얀색 벽에, 하얀색 천장에, 하얀색 조명. 모두 화이트다. 순백의 공간이다. 칙칙한 오크 우드바닥이 아닌, 화이트로 바꿔놓은 집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색은 화이트가 아닐까. 화이트집은 늘 꿈꿔왔던 로망이었다. 그래서 커튼도 살랑거리는 햐얀색 쉬폰으로 해서 달았었다.

어쩌면 중문을 들어와서 보도를 지나가는 순간부터 홀릭 되었을 수 있다. 드넓은 거실을, 화이트 거실을 보기 이전부터.  마음에 들었다. 심하게. 많이.  화장실이니 방이니 그런것들은 건성건성 봤다. 이미 홀릭되었으니.

그러나 1층이다. 아파트 청약에서든, 전세시장이든, 매매시장이든 누구나 선호하지 않는 1층.

이미 공간에는 홀릭되었는데 1층이라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이 집도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 공실 상태라 동행한 실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곳곳을 촬영했다. 동영상으로. 정말 가족간 집중적인 상의가 필요한 공간이었다. 32층의 칙칙한 오크 우드를 보고난 후 눈처럼 하얀 집을 보고나니 더 명백하게 비교가 되었다. 아.그러나 1층이다. 집을 보여주느라 동행한 실장이 내 표정을 보고 옆에서 거든다. 1층이지만 특수 필름을 붙였다, 가격이 저렴하다. 등등. 가만히 있지 않는다.

 "네.좋네요~ "라고 말하고 헤어져 온후 부동산 남자 사장님이 내게 전화해 물어봤다. 32층은 어땠는지. 그리고 1층은 어땠는지?

32층은 "좋네요."라고만 답했고 1층도 "좋더라구요. 넓고" 라고 답했다. 그런데 1층이라서 망설이는 내가

" 생각해보겠다, 시간을 더 달라"하자 부동산 사장이 말했다.

"사람이 계획한 대로만 살수 있습니까?  변경되는게 인생 아닐까요?"

맞는 말이다. 곧 죽어도 고층 아파트만 좋다고 하던 내가 1층아파트에 홀릭돼 망설이고 있으니 그 말이 맞는 말이다.  네고 조건을 말했다. 44평, 1층이다보니 평수가 더 적은 32층보다도 전세가가 더 착했다. 네고조건을 부동산 사장에게 말하자마자 다시 회신 전화, 수용되었으니 오늘중 얼마라도 입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집 전세물건은 아직 나가지도 않았다. 주저할 겨를도 없이 일단 일부 계약금을 송금했다 . 딸아아이는 하루만 더 생각해보는게 낫지 않느냐는 조언을 했다. 초수퍼울트라 속도였다. 잘하는것인지, 못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동산사장이  내가 원하는 만큼 전세금인하 협상과 에어컨 추가 설치 등에 대해 임대인 승인을 받았는데 다시 엎는것은 '신뢰'에 크게 손상되는 행위라는것은 분명한듯해 빛의 속도로  가계약금을 송금했다. 그리고 그 밤, 나는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네이버에 '1층'의 장점, 단점을 검색해보느라. 그리고 내가 잘한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느라..

1층의 단점은 크게 세가지로 나왔다. 사생활침해, 소음, 벌레.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2일후 집주인을 만나면 '슬기로운 1층 생활'을 위한 꿀팁을 잘 받아와야하는 미션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홀릭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나중 알게된 것이지만 3개월간 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던 이 공간이 내게 온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중문의 은은한 민트색에 반하고 화이트에 홀릭된 것. 비어있던 그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 것이다.

집주인 말대로 '임자가 따로 있는 듯'하단 표현처럼. 비어 있어줘서 고맙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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