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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정 Oct 26. 2020

브라질에서 음식 배달시켜먹기

배달로 보는 브라질 치안


우선, 무엇보다도 난 배달 음식 주문해먹는걸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것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이유는 뭐 대단하지 않다.

요리를 잘 못하는 데다 해 먹는 즐거움을 잘 못 느끼는지라 그저 귀찮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 좋아하던 외식도 못하게 되다 보니 치킨, 피자와 같이 직접 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땡길 때는 별 수 없이 배달앱을 뒤적이게 된다. 


올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브라질에서도 배달앱들의 성장세는 가히 놀라운데 브라질 내 대표적인 배달앱 브랜드로는 Ifood, Rappi, Uber eats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ifood점유율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이렇듯 앱을 통해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 시스템 자체는 다른 나라나 한국과도 비슷하지만, 

딱 하나 참을 수 없이 불편한 게 있다!







우리는 배달을 왜 시킬까?

기본적으로 귀찮기 때문이다. 요리하기도 귀찮고, 나가서 재료 사 오기도 귀찮고 나가 외식하기도 귀찮을 때 우리는 배달을 찾게 된다. 그게 설령 동네 코 앞에 있는 곳이라도 정말 꿈쩍도 하지 않고 싶을 때가 있고.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브라질에서 배달을 시켜먹으면 이러나저러나 결국 엉덩이를 움직여야 한다. 

주문까지는 좋은데, 음식이 도착하면 결국 내가 건물 밖 입구로 나가 직접 받아와야 하기 때문.




브라질 건물 들어가기



브라질에서는 아무나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사진처럼,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외벽과 철창 때문에 거주자들도 잠긴 문을 최소 세 번 열어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  




기본적으로 치안이 불안한 국가이기 때문에 거주자가 아닌 사람이 건물에 드나드는 것을 위험요소로 간주하는 것으로, 거주자의 안전을 위해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은 모두 철저히 체크한다. 





브라질에서는 상업건물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경우 비밀번호를 알거나, 등록된 지문, 카드키 혹은 열쇠가 있어야 문제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만약 이 것들을 갖추지 못한 방문객이라면, 아래와 같이 절차가 복잡해진다.

상업 건물 방문객의 경우 

1. 1층 관리실 겸 안내대에서 신분증을 등록하고 간단한 사진을 찍은 뒤 

2. 관리인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인터폰을 쳐 ㅇㅇ이라는 사람이 올라간다는데 괜찮습니까? 하고 확인해야

3. 방문객용 카드키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주거용 아파트의 경우 신분증 등록까지는 안 하지만 인터폰 확인 과정을 거쳐야만 건물 문이 열린다.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거주자가 직접 인터폰을 받고 방문객이 올라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지만 이 곳에서는 아파트 관리인이 모든 것을 확인한다는 점


어떤 이름을 가진 누가 누구의 아파트에 올라가는 것인지 확인한 후, 실제로 몇 분이 지나면 인터폰을 통해 '아까 올라갔던 당신 방문객이 실제로 당신 집으로 잘 갔습니까'라고 체크하는 과정을 통해 혹시 다른 사람들의 집에 잘못 가지는 않았는지, 말했던 목적과 다른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브라질에서는 함부로 누군가의 주거지역에 들어가는 게 불가한데,

우리 집만 해도 손님이 방문할 때는,

1. 가장 바깥문 철문에서 관리인이 방문객의 얼굴을 확인한 뒤 인터폰을 통해 확인 후 문을 열어주고

2. 건물 1층 문은 관리인이 원격으로 열어주어야만 들어올 수 있으며

(이 문은 심지어 나도 직접 못 연다. 아무도 경비실에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

3. 우리 집으로 들인 뒤에는 위에서 말한 인터폰 확인 과정을 거친다. 



브라질에서 배달시켜 먹기

이렇게 보안에 철저한 상황이다 보니, 배달원이 한국처럼 우리 집 현관까지 올라와 내게 음식을 건네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배달음식이 오면, 배달이 왔다는 인터폰을 받게 되고 아파트 입구까지 가지러 나가야 하는데 보통 배달 음식을 전달할 공간을 작게 따로 마련하여 굳이 철문을 열어 배달원과 직접 접촉할 필요가 없도록 해두었다.

이렇게 분명하게 분리해놓은 것이 가끔 좀 정 없다 싶은 생각도 드는데 배달원 입장에서는 건물 위로 올라갈 필요가 없으니 더 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배달원은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도, 필요도 없다.


이래저래 죄다 귀찮아서 배달 음식 시켜먹는 입장에서, 음식이 올 때마다 저렇게 밖 철문까지 나가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한국 배달을 생각하면 마치 천릿길같다.







브라질 치안에 대해서는 이래 저래 참 할 말 많지만 이 글에서는 우선 건물 보안에 대해서만 얘기해봤다. 


지금은 내게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지만 한국은 어땠더라 생각해보면, 택배기사가 우리 집 앞 소화전을 열어 택배를 두고 갔던 때가 장난처럼 느껴진다.  모르는 사람이 우리집 앞 현관까지 들어오다니.


누군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듯이 브라질이 강도와 살인이 판치는, 도무지 살 수 없는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함을 제치고 치안을 1순위로 여길 수밖에 없는 이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불편함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 속에서도... 배달은 계속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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