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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지 Jun 09. 2021

나에게

쓰는 편지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잊지 않기를 바라. 앞으로도 지금처럼 요행만을 바라며 살지 않기를, 꾸준히 담담히 묵묵히 천천히 발을 내딛기를. 너의 그림의 깊이는, 색깔은 지금 너를 고통스럽게 하고 잠 못 들게 하는 뾰족한 모양의 생각들에게서 나오는 것임을 잊지 말자. 왜 내 생각의 모양들은 이렇게나 다양하고 날카로운 걸까 너무 미워하지 말고. 자극적인 무언가를 쫓는 데에 스스로를 소모하지 말자. 끝없이 제자리에서 헤매는 것 같아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음을 알잖아. 그 거리가 노력과 비례하지 않아도 좌절하지 말기를. 다시 일어날 때의 두려움을 두려움만으로 내버려 두지 말자. 그림으로 글로 끊임없이 기록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너의 밋밋한 꾸준함을 잃지 않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려내는 연습을 하고 수억 개의 색으로 빛나는 책 속 이야기들을 몸 곳곳에 부어서 부족한 나를 채우자. 그렇게 채우기 위해 비워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를. 고통과 실패와 내 그림자를, 절망을 똑바로 직시하자.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의 나는 하늘의 색을 관찰하고 날아가는 새의 날개 모양을 가만히 바라보는, 흔들리는 나무로 바람의 모양을 떠올리는 나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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