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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지 Feb 22. 2022

전시를 준비하며

2022. 2

 태양이 가까이 있는 아주 더운 8월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한다. 원래 아주 더울 때는 일부로 일정을 피하기도 한다는 데 원래 평상시에 보통은- 같은 건 아무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좋다는 생각을 하며 착실히 준비해 나가기로 한다. 6개월 정도 작업할 기간은 넉넉히 남았으나 마음은 조급하고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마음이 어려워만 진다. 첫 개인전은 아니지만 요즘 그린 그림들이 주가 되는 회화 첫 개인전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들뜨기도 한다. 평정을 유지하려고 하며 떠다니는 생각을 잡아다가 기록해두고 알아보기 쉽게 정리한다. 조각 글들이 작품의 키가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드로잉을 찢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둔다. 잘 그려질 때는 순식간에 밑그림에 초벌칠까지 하는데 안 그려지는 때에는 한 획도 그을 수가 없고 한숨만 땅이 꺼져라 쉰다. 엄마는 그림이 잘 안 되는 때도 있는 거라 하지만 그런 날을 될 수 있으면 줄이고 싶어서 아등바등한다. 이렇게 글로만 쓰면 시간을 아껴가며 하루 온종일 그림에만 힘을 쏟는 것 같지만 놀고먹고 게임도 하면서 그린다. 단지 가끔 작업이 잘 될 때는 꼼짝 않고 몇 시간을 그리는 것이다.


 작업을 할 때는 정적이 싫어서 음악을 듣는데 도대체 이런 음과 가사는 어떻게 생각해 내는지 다른 분야이지만 창작열을 불태우는 데에 꽤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여하튼 이번 전시에 모든 힘을 다 쏟을 생각이다. 새 캔버스도 다시 사서 채워놓아야 하고 물감도 붓도 더 구입해야 한다. 가지고 싶은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고 그림 재료 생각만 한다. 남들이 들으면 안타까워하겠지만 그림이 쌓일수록 내 마음은 풍요로워진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미팅을 하러 외출하는 날에 입을 적당한 옷과 신발이 없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런 흠쯤이야 마음에 티끌만 한 스크래치도 못 낸다.


 어쩌다가 돈이 들어오면 캔버스 몇 개를 살 수 있는지를 먼저 가늠해본다. 가령 큰 호수를 조금만 살 것인지 작은 호수를 여러 개 살 것인지 두 개를 섞어서 살 것인지 같은 생각들이다. 마음이야 키를 훌쩍 넘는 대작을 그리고 싶지만 아직은 그릴 수가 없다. 10호 20호 30호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 20호에 한참을 그리다 보면 이 크기가 작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때 호수를 올리는 것이다. 최근에 20호를 그리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그림은 40호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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