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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지 Feb 22. 2022

다듬어지지 않은 글

마음과 가장 가까운

아래는 다듬지 않은 생각 덩어리들이 뭉쳐있는 글이다. 문장이나 단어를 바꾸며 조금은 매끄럽게 고치려 했으나 날 것 그대로의 상태로 두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앞서 수정하지 않았다. 늘 그랬듯 그림과 나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지금을 통과해 지나가고 싶지 않아도 앞을 향해 가야만 한다./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떠올라 사라질 때까지, 그러니까 하루 종일 난 스스로에게 쉴 틈 없이 질문을 했다.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고 난 끝없이 나를 의심했다.

어떤 대단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소소한 일기 같은 걸 그리고 싶었다.

지금만 그릴 수 있는 그림.

한참을 고립된 채로 작업을 하다 보면 그러던 그림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색이 쌓여야 하는 곳이나 붓이 움직이는 방향을 찾는 게 어색해지고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는 밖으로 뛰쳐나가서 집 옆 작은 강을 따라 걸었다. 강물 옆에는 각종 야생 식물들이 아무렇게나 자라 있었는데 그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안에 있는 모든 종류의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내일도 모레도 이곳에 오면 똑같은 위치에 뿌리를 박은채로 있을 거라는 사실이 마음에 안도감을 줬다. 빠르게 빠르게 변하고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지금, 안정과 안도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같았다. 그렇게 식물의 속도를 관찰하다가 느릿느릿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그림을 그릴까.  주제에 대해 며칠      년을 생각했다.  그림으로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깨닫거나 빠르게 지나가느라 놓쳤던 부분을 되짚어보거나 그냥 단지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나 슬퍼지거나 누군가가 떠오르거나 위로나 용기가 생긴다면 좋겠다.  그림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끼세요라고 강요하고 유도하는 그림은 좋지 않은 그림인  같다. 결국 모든 예술은 창조활동이고 세상에 없는 유일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럼 무엇을 그릴 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틀을 생각해야 한다.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내가 요즘 하는 생각들, 나약함 슬픔 절망 희망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나는 불확실성 가운데에 있다. 가만히 있지 않고  발자국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끔은 뛰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자주 뒤를 돌아보지만 뒤를 향해 가진 않는다. 불확실함 속에서 나를 나아가게 하는  작은 행복과 희망들이다.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지 그림이  점도 팔리지 않으면 어쩌지 아무 곳에서도 나의 그림을 원하지 않고 올해도 내년에도 전시를  열게 되면 어쩌지 같은 생각들 속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스스로 내린 결론은 납득하는 실패를 할 수 있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납득할  있도록 정말 그리고 싶은 그림을 진심이 담긴 그림을 그리자였다. 지금 느끼는 초초함 속에서 나는 계속 걸어가야만 하고 많은  잊어버리고 지나치면서도  자리,  변함없이 똑같은 곳에서 뿌리를 깊게 박고 내게 손을 흔드는 식물들을 그리고 싶었다. 언제든 돌아갈  있는 나의 안식처. 떠나기 싫어도 떠나야만  때가 있는 것처럼 마음을 다잡고 숨을 마시고 내쉬면서 다리에 힘을 주어 걸어간다. 수없이 많은 것들을 지나쳐오면서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꽃과  나무와 구름 새와 바람은 어린 나를 이루는 풍경들이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리는 것이다. 끝나지 않을  같은  고민과 방황을 마치고 나면, 그림에 찰나의 진심을 쏟아붓고 나면 다른 고민과 생각이 나를 찾아올  안다. 그러면 그때는  다른 주제로 다른 색의 그림을 그릴  있을 거다. 겁내지 않고 나를 그림에 녹여내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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