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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지 Jun 20. 2022

이유

그리고 답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것은 내가 이제야 -마침내 어렴풋이- 알게 된 것들 중에 가장 반복해서 깨닫게 된 이치이다. 일어난 일들은 대게 좋지 않은 사건들일 확률이 크며 그 일이 도대체 나에게 왜 일어났는가를 알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몹시 궁금하고 절망스러워서 이유가 드러나기 전까지의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으나 그 순간도 결국 지나가고 시간은 흐른다. 흘러가며 잊히거나 왜곡되거나 선명해지는 기억을 두고 묵묵히 해야 하는 일을 할 뿐이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연결지점을 지나치는 순간에 어렴풋한 이유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우연히 들어가 보게 된 전시에서, 잠에 빠져들기 직전에, 누군가와 하는 의미 없는 대화 속에서, 지겹게 들었던 노래 가사에서 등등. 이렇듯 복잡하고 알 수 없는 형태로 이어짐을 깨닫는 때는 온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달콤한 깨달음은 금세 휘발되어 사라지고 나는  기쁨의 순간을 또다시 잊은  살아간다. 이것은 내가 삶의 어느 지점에서마다 기록의 욕구를 느끼는 이유이자 연필을 들고 붓을 잡고 글을, 그림을 남기는 까닭이다.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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