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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질을 가장 떨어트리는 행위는?

by 교실남

며칠 전,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오전에는 미래교육체험을 오후에는 근처 체험장에서 망개떡 만들기를 했다. 아이들은 특히 망개떡 만들기를 좋아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직접 떡을 만들고, 손수 만든 떡을 집에 들고 가서 가족들과 나눠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체험학습이 끝난 후, 다들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귀가를 했다.


(다음날 아침)


"선생님, 왜 저희는 망개떡 만들기 체험했어요? 옆에 반은 햄버거 만들기 했던데. 아... 진짜 짜증 나. 우리도 햄버거 만들기 하고 싶은데."

"맞아요. 햄버거 만들기가 망개떡 만들기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 같은데... 어제 현장체험학습 끝나고 옆 반 애들 만든 거 보니깐 더 짜증이 나요."


어제 현장체험학습이 끝난 직후, 정말 재미있었다고 만족하던 아이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불평불만 가득한 아이들만이 있었다.


"얘들아, 근데 만약에 옆 반 애들이 우리랑 똑같이 망개떡 만들기 체험을 했다면 어땠을 거 같아?"


"(잠시 고민해 보더니) 음... 그럼 짜증 나는 일은 없었겠죠? 그냥 어제 좋은 기분 그대로 유지되었을 거 같아요."


"그래, 인간은 비교의 동물이지. 분명 나는 지금 행복한데, 나보다 나은 환경이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상대적으로 못나 보인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행해지거든. 그래서 우리는 항상 주변이랑 비교하는 걸 경계할 필요성이 있어. 한 번 오늘 일 떠올려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봐."




마치 깨달은 현자처럼 아이들에게 비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나 또한 비교의 저주를 피해 가지 못했다.


며칠 뒤, 주변 친구들 소식이 궁금해서 지난 몇 년 동안 안 하던 SNS에 들어가 봤는데, 보자마자 비교하는 마음이 끓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00이 집은 우리 집보다 훨씬 좋네."

"00이 이번에 엄청 비싼 차 뽑았네. 우리 차보다 훨씬 비싸구나."

"00이 아이는 벌써 8살이구나. 우리는 아직 아이도 없고..."

"00이는 벌써 박사학위까지 땄구나. 난 그동안 뭐 한 거지?"


어제 잠들기 전에 아내에게 요즘에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던 게 무색하게, 그들의 가장 찬란한 순간들을 보고 비교하며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가 불행하고 보잘것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옆에 있던 아내가 물었다.

"자기야, 갑자기 표정이 왜 이렇게 심각해?"


그제야 내가 비교에 늪에 빠졌다는 걸 자각할 수 있었다.

'어이쿠, 큰일 날뻔했네. SNS는 웬만하면 안 들어가야겠다.'



참으로 신기한 마음이다. 분명히 전날까지는 하루하루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에 만족하고 행복했는데, 남과 비교를 하자마자 기분이 안 좋아졌다. 비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보다 확고한 나만의 인생 기준과 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냐고 묻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지금 햇볕을 가리지 말고 좀 비켜주라는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말이다.


비:비참해지거나

교:교만해지거나


잊지말자. 행복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주범은 비교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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