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날
Late Landing Clearance
활주로를 눈앞에 두고 부기장이 1000피트를 지나면서 풀었던 오토파일럿을 다시 연결하자 AP라는 큰 심벌이 PFD에 시현 되더니 바로 NO AUTOLAND라는 노란색 글자로 바뀌었다.
오토랜딩을 위해서는 1500피트에서 스스로 시스템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그 이하고도에서 다시 AP를 풀었다 연결했으니 이제 자동착륙을 위한 BUILT IN TEST시기를 놓쳤다는 걸 조종사에게 알려준 것이다.
"좋은 생각이야 GO AROUND에 대비하자."
통상 1000피트와 늦어도 500피트 전에는 받았어야 할 착륙허가가 늦어지고 있었다.
직전에 전방기는 이미 GO AROUND를 지시받아 복행을 시작했고 아직 여명도 깃들지 못한 새벽 3시 30분 활주로에는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700피트 언저리에서 랜딩클리어런스 요구에 타워 관제사가
"대기하세요. Expect Late landing clearance!"라고 황급히 답을 한다.
마이크 키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Break, Break, Fly Dubai Turn Left Heading 280 Climb 3 thousand"
복행을 한 항공기와 관제사 사이에 바삐 교신이 오가는 사이 이제 막 타워로 관제가 넘어온 또 다른 항공기가 그 교신 사이에 끼어드는 바람에 관제사의 지시가 묻혀버렸다.
재빠르게 라디오 키를 눌러
"블락(Block)!(지금 교신 서로 겹쳐서 안 들렸을 겁니다.)"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이 말에 다시 관제사가 빠르게 복행 한 항공기에 지시를 할 무렵 벌써 우리 항공기의 고도는 400피트를 지나고 활주로는 이제 코 앞까지 다가와 있다.
속으로
한 템포만 기다려주자. 관제사가 지금이라도 착륙허가를 줄 수 있다. 내가 다시 랜딩클리어런스를 요구하려 마이크 키를 누르는 순간 관제사도 동시에 나올 수 있다. 이러면 또 블락이 된다.
기회는 이제 단 한 번뿐이다.
"미니멈!"
결심 고도를 알리는 자동 음성이 조종실을 울렸다.
"타워! Lading Clearance for 00000??"
Request이니 하는 말을 붙일 여유가 없다. 뒤를 살짝 올려, 우리 착륙허가는요? 하는 느낌의 간결한 단 한 번의 마지막 라디오 교신이었다.
"0000, Wind 270 degree 8 knots, cleared to land 30 left!"
그제야 상황파악을 한 그가 급하게 착륙허가를 토해냈다.
관제사가 다행히 우리를 완전히 잊고 있었거나 어쩌면 이미 랜딩 크리어런스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둘이 동시에 라디오를 사용하는 제밍이 벌어지지 않았다.
"0000 Cleared to Land 30 Left"
Readback을 하던 나의 손가락이 라디오 키를 릴리즈 한 것과 거의 동시에
"원 헌드레드 " 이어서 "피프티. 포티. 써티.."
부기장의 상황판단이 훌륭했다.
그 사이 그가 다시 AUTO PILOT을 풀고 수동으로 플레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