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을 레진으로 그려보라고요?
남편과 거실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전화가 걸려왔지만, 당시 광고 전화가 워낙 많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생방송 오늘 저녁 작가입니다. 촬영 문의로 연락드렸습니다.’
문자를 읽고도 얼떨떨했다. ‘생방송 오늘 아침’은 들어봤어도, ‘오늘 저녁’은 낯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 보니 정식 프로그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옆에 있던 남편에게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자기야, 나 TV 출연해!”
생방송 오늘 저녁에는 ‘JOB학사전’이라는 소프로그램이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레진 공예를 소개하고 싶다며 촬영을 제안한 것이었다. 출연 준비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믿기지가 않았다. TV 출연이라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출연 준비는 철저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외모부터 신경 쓰기로 했다. 당시 첫 임신 중이라 외모에 소홀했지만, 중요한 촬영인 만큼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과 미용실 원장님의 상담을 거쳐 염색을 했다. 그리고 카페공방을 대청소하는 것이었다. 촬영이 매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작은 구석 하나까지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공예 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했다. 어떤 미션이 주어지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대비했다.
드디어 촬영 날. PD님은 다양한 촬영 장비를 가지고 오셨다. 첫 대사를 꺼내기 전까지는 긴장했지만, 촬영이 시작되지 예상보다 자연스럽게 대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온라인 강의 촬영으로 미리 연습한 덕분이었다. PD님이 “자연스럽다”며 칭찬해 주셨을 때,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촬영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션 수행이었다. 고흐의 ‘별의 빛나는 밤’을 레진으로 표현하라는 것이었다. 레진은 액체 상태로 흐르는 성질이 있어 고흐의 그림처럼 텍스처를 살리기엔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여러 번의 레이어 작업으로 조금씩 그림의 느낌을 완성해 갔다. 허리도 아프고 목도 뻐근했지만, 4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의 뿌듯함은 그 모든 수고를 잊게 했다.
첫 번째 출연 이후 육아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또 한 번의 TV 출연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YTN사이언스의 황금나침반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레진 공예의 매력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첫 출연의 경험 덕분에 준비 과정은 한결 수월했지만, 육아와 촬영을 병행하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번 촬영에서는 작업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며 공예의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 중간중간,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얻은 작은 성취와 어려움을 공유하자 PD님도 깊이 공감해 주셨다. 한 발 한 발 내디딘 도전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TV출연으로 얻은 건 단지 출연료나 매출 증대뿐만이 아니었다. 누구나 경험하지 못할 값진 추억을 쌓은 것도 좋았지만, 가장 큰 보람은 가족들과의 특별한 기억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TV 앞에 앉아 손녀딸의 방송을 기다리셨다고 했다. 방송이 끝난 뒤 “우리 손녀딸 자랑스럽다”며 몇 번이고 칭찬해 주셨다. 평소 표현이 적으셨던 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칭찬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고, 효도를 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첫째가 TV 내용을 이해할 즈음 아이와 함께 내가 출연했던 방송을 다시 보았다. 화면 속에서 웃으며 일하는 내 모습이 어설프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이에게 열정 넘치던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출연을 망설였다면, 이 모든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족한 곳에서도 새로운 길은 열릴 수 있으니까. 작은 용기를 내어 한 발자국 나아간다면, 당신도 분명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당신도 충분히 가능하다.
모든 시작은 작은 첫걸음에서 비롯된다. 그 한 걸음이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당신의 용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