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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Apr 02. 2024

목소리만 아는 개들

마당개의 산책



한 달에 한 번, ‘마당개’ 산책을 하러 간다.


생추어리가 기존에 있던 곳에는 마당에 묶인 개들이 있다. 당시 돌봄을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던 그곳엔 늘 묶여 있는, 활동가들을 반기는 개가 있었다. 부정의한 일을 바로잡을 수 없어서 나를 불편하게 했던 곳. 죄책감을 줄이려고 간식을 싸들고 지나갔던 곳.


생추어리 이사 후, 나와 몇몇 동료는 그를 만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그곳을 찾기 시작했다. 왕복 5시간의 거리. 하루를 통으로 비워야 그와 산책을 할 수 있다.


갈색과 검은색의 털이 섞인 남성 개. 늠름한 얼굴과 체구에 비해 앙증맞은 작은 귀를 가졌다. 그는 언제나 밝은 미소로 우릴 반겨준다. 산책 줄을 걸고 동네를 크게 한 바퀴를 돈다. 마른풀 위에 몸을 비비고, 모든 풀과 흙에 킁킁. 걷고, 줄이 꼬인다.


산책이 어색한 ‘마당개’와 넘치는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 그게 우리의 산책이다.



그렇게 걷고, 달리는 동안 멀리서 개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우리의 기척을 듣고, 냄새를 맡고 소리친다. 무슨 말일까.


그 동네에 개는 많지만, 자유로운 개는 없다.


산책하면서 그보다 훨씬 짧은 줄로 결박되어 있는 ‘마당개’들을 보았다. 마당을 지키라는 임무를 수행하는 개들의 목소리가 가는 곳마다 쩌렁쩌렁 울렸다. 그릇에 음식물쓰레기가 담겨 있는지 보게 된다. 그의 줄을 풀고 함께 달리지 못했다. 그를 지나쳐 다시 걸었다.


내가 전력으로 달려도 그는 너무나 빠르고, 그는 그저 사뿐사뿐. 산책을 한 번 하고, 쉬었다가 2차로 다시 산책을 해도 그의 체력은 절대 소진되지 않는다. 저녁 시간이 되면 돌아가야 한다.


나와 동료가 그를 다시 제자리에 묶어두고 떠나면, 늠름하게 달렸던 그는 아기 강아지로 변한다.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걸 뿌리치고, 무시하고 간다. 그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달에도 그는 그 자리에 묶여 있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구원자가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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