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어머니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by 베키

오빠와의 결혼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시어머니였다.




2023년 겨울, 당시 남자친구였던 오빠의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초대받았다. 어머님도 함께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마냥 설레지만은 않았다. 단순한 인사 자리가 아닌, 결혼을 염두에 둔 만남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만큼 걱정과 두려움도 컸다.


오빠는 “우리 엄마 그런 분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해”라고 누차 말했지만, 솔직히 아들 입장에서 안 괜찮은 어머니가 어디 있으랴. 그 말이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졸업식 이후 함께 식사할 식당을 예약하고,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어머니를 처음 만나 뵈었다. 어머님과 단둘이 중앙경찰학교로 가는 동안 이어질 침묵은 어떻게 채워야 할지,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면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한 달 내내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첫인상은 어떨까, 어떤 옷차림이 좋을까, 인사는 어떻게 드려야 할까—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쓰였다.




한동안은 주변 지인들에게 “애인의 부모님 처음 뵐 때 어땠어?”라며 묻고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직장 동료 J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도 물론 어머님이 널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되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봐. 너도 그 자리에서 어머님이 어떤 분인지, 아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그 말이 유난히 마음에 깊이 박혔다. 맞다. 나 역시 이 만남을 통해 어머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가는 시간이라 생각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일방적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알아보는 첫인사 자리로.




그렇게 어머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고 나서 분명하게 들었던 생각.
‘이런 분이 내 시어머니셨으면 좋겠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어머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은 되었던 것 같다. 어머님을 뵙고 나니, 오빠가 어떤 가정에서 자라왔는지 가늠할 수 있었고, 그만큼 오빠에 대한 신뢰도 더 깊어졌다.


나만큼이나 어머님도 긴장하셨다고 나중에 들었다. 직장 내 젊은 직원들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호칭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묻고 다니셨단다. 나를 가볍게 보지 않고 진심으로 존중해주셨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마음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결혼 후에도 우리 어머님은 변함없다.
“우리 강아지, 우리 강아지” 하시며 정말 친딸처럼 아껴주시고, 자취 한 번 안 해본 내가 어설프게 요리하고 살림하는 것도 그저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바라봐주시며 “기특하다”고, “예쁘다”고 칭찬해주신다.

아들과 며느리를 동등하게 대하시고, 늘 내가 불편하지는 않을지 먼저 살펴주시는 어머님. 시댁에 다녀올 때마다, 시댁 식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올 때마다 ‘정말 결혼하길 잘했다. 시집 참 잘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댁이 나의 가족이라 감사하다는 마음뿐이다. 세상엔 시댁 문제로 결혼생활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는데, 나는 참 운이 좋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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