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지 않는 법을 배우는 신혼의 하루
30년 동안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왔다. 나는 서울 토박이, 오빠는 군산에서 나고 자라 전주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 가정환경도, 성향도, 자라온 지역도 달랐지만 우리는 결이 비슷했다. 그래서 서로를 선택한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살아온 방식이 달라 많이 다툰다던데,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툰 건 다름 아닌 '수저통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오빠는 수저통을 싱크대 바로 앞, 작은 창문 옆에 두고 싶어 했다. 설거지를 마친 수저를 바로 꽂아두면 통풍도 잘 되고, 굳이 좁은 식기건조대에 올릴 필요 없이 더 편리하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수저통 아래엔 구멍이 뚫려 있으니 물도 잘 빠질 거라고 했다.
나는 그 반대였다. 설거지 직후의 수저를 바로 통에 꽂으면 결국 물때가 생기고, 그걸 자주 씻는 게 더 번거로웠다. 차라리 식기건조대에 말렸다가 마른 수저를 옮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싱크대 앞에 수저통을 두면 세제가 미세하게 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늘 마음에 걸렸다.
이 작은 차이로 우리는 하루 종일 말없이 지냈다. 내가 평소답지 않게 고집을 부리니 오빠도 괜히 반항심이 생겼는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날 밤, 누워서 생각했다. ‘이게 뭐라고...’ 서로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수저통 때문에 감정을 소모했다는 게 민망했다. 그런데 오빠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화해했고, 그 일을 계기로 다시는 사소한 걸로 다투지 않게 되었다.
우리 부부에게 “신혼인데 어떻게 잘 다투질 않아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우리가 빈틈없이 잘 맞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30년 넘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왔고 이제 겨우 1년을 함께 살았을 뿐이다. 맞는 것보다 안 맞는 게 더 많은 게 당연하다. 서로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면 감정은 금세 상하고, 마음엔 상처만 남는다. 그래서 ‘강요하지 않기’는 우리 부부의 자연스러운 규칙이 되었다.
물론 요구해야 할 일이 생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오빠 방이 어지럽혀져 있다든가, 거실에 물건이 널려 있다든가. 그럴 땐 나도 이제 안다. 말하는 방식이 전부라는 걸.
오빠는 잔소리를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부드럽게, 여유 있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
“오빠, 이번 주말엔 대청소 좀 하려고 하는데, 내일까지 오빠 방 정리 좀 부탁해.”
이 한 문장 안에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당장 해달라고 재촉하지 않고, 스스로 시간을 내어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준다. ‘내가 이걸 할 테니, 오빠는 이걸 부탁해’ 하는 식으로 같이 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엔 꼭 ‘부탁해’라고 말한다. 이 모든 게 쌓여, 말하는 나도 뿌듯하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은 말이 된다.
우리는 서로 달랐기 때문에 수저통 사건을 겪었고, 그 덕분에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도 매일, 더 나은 가정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사소한 차이를 품고, 그 안에서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