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생존수영을 배워왔다며 나에게 가르쳐 주겠단다.
침대에 이불을 깔고서 하늘을 바라보고 편하게 누우라며 짐짓 선생 흉내를 낸다.
그런데 장난기가 발하여 괜히 못하는 척을 해보았다.
필자는 이미 수영 경력이 20년이 넘었지만 말이다. 암튼 이리저리 어색하게 팔다리를 휘저으며 ‘못하는 척’을 했더니 작은 아이의 귀여운 지적질이 이어진다.
“아니이이~ 아빠 힘을 빼라고 힘을! 그렇게 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
“시선은 하늘, 그리고 온몸에 힘을 빼야 해. 알겠어? 그러면 물에 떠! 그리고 구조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알겠어? 아빠?” 선생님께 배운 내용을 제법 잘 기억하는 듯했다.
그렇다. 생존수영은 위급상황에서 힘을 빼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수영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을 할 때에도 몸에 힘을 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느 골프선수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힘 빼는데 10년 걸렸습니다. 힘 빼는 법을 알고 나니 우승도 하고 상위 랭크에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가수나 연기자도 마찬가지다. 힘을 빼고 무대에 서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제 기량을 온전히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긴장된 성대와 근육에서 제대로 된 발성과 연기가 나올 리 만무하다.
어느 분야건 결국 몸에서 힘을 빼는 순간 그 사람의 기량이 최대치로 유연히 발휘되는 셈이다.
작은 아이의 생존수영 강의를 들으면서 한 수 배웠다.
삶에서 거친 파도가 나를 덮칠 때 이를 이겨내려면 생존수영처럼 몸에서 힘을 빼고 유연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힘을 빼기는커녕 오히려 움켜잡은 채 놓치지 않으려 아등바등하지 않았던가. 무언가를 이루려고, 결과물을 남기려고, 남에게 잘 보이려고 긴장된 근육과 날이 선 마음으로 잔뜩 눈에 힘을 주고 있던 게 아니었던가.
둘째 아이의 외침이 다시 떠오른다. “아빠 힘을 빼, 힘을!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