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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Feb 11. 2022

할머니의 무덤가에서

마늘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그는 문득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부터 부랴부랴 일어나 꽃을 사서 할머니를 보러 왔다. 그의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그를 끔찍하게도 사랑해 주셨다. 아마도 그가 죽었을뻔한 아이였다는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위쪽에 문제가 있어서 큰 수술을 받았다. 살기 힘들 거라는 진단, 당시는 무척 오래전이었기에  의학기술이 지금보다는 좋지 않아서 그의 부모님은 물론, 그의 모든 친척들이 병원에 모여 갓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되는 그를 위해 울고 기도했었다고 한다. 죽다 살아난 탓일까, 지금까지 가족과 친척들은 그에게,

 "네가 그저 즐겁고 행복하면 된단다. YOLO!!" 

라며 이야기해왔고 그래서인지 그는 사실 대학 입시라던가, 그 외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려움 같은 건 크게 겪어보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의 할머니는 사촌들에게는 무척 엄격하고 무서운 할머니였지만 그가 어릴 때 아팠던 것 때문일까? 단 한 번도 그를 크게 혼낸 적이 없었다. 유독 그의 부모님 집을 좋아했던 그녀는 햇볕이 잘 드는 거실에 넓게 자리를 잡고 앉아 하루 종일 미나투를 치시곤 했다. 그는 그런 할머니의 분위기와 냄새가 좋았고 그래서 옆에서 슬쩍슬쩍 곁눈질하며  눈웃음을 치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어김없이 용돈을 주셨고 그는 그녀 앞에서 재롱을 피워 그것에 보답하곤 했다. 그런 그녀는 결국 그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슬프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장례를 치를 때 그는 조금도 울지 않았다. 장례식에 함께 하는 어르신들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울지도 않냐며 크게 혼이 났었을 때도 우는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부재가 그에게 슬프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언제고 눈을 감으면 그를 향해 환히 웃어주는 할머니가 그의 곁에 늘 있었고, 심지어 그녀 눈가의 주름까지도 그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잔주름이 짜파게티 면발보다 많았던 할머니지만 그가 추억하는 할머니는 늘 아름다웠다. 그는 오늘 할머니의 아름다움보다는 못하지만 그녀에게 단 한 번도 선물해보지 못했던 핑크빛 카네이션을 안겨드린다. 함께 듣고 싶었던 elvis costello 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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