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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의 쓸모 Dec 24. 2022

서평 _ 복음과 헬라문화

헬레니즘과 기독교, 그리고 현재

기독교의 기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그리스 철학인가, 초기 그리스의 신비종교인가. 그것도 아니면 영지주의인가. 

기독교는 세계 3대 종교로 불리고 있는 종교이지만, 그만큼 그 기원과 교리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기독교가 그리스 철학, 초기 그리스의 신비종교, 영지주의에서 기인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다. 




그리스 철학

그리스 철학에 기원했다는 주장 중에서도 특히 플라톤의 철학과 스토아 철학이 주장의 중심에 있다. 

플라톤 철학은 사물의 본질이 이데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선(좋음)으로 본다. 그리고 이데아를 아는 지식과 지성을 가지는 것이 인간의 최고라는 이론이다. 이 사상이 발전해 중기 플라톤 철학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지성을 ‘선한 것’의 형상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 중기 플라톤주의자들은 … 자신들의 체계에서 말하는 최고 지성이나 신을 플라톤의 좋음의 형상과 동일하게 여긴다. … "플라톤의 형상들은 이 절대 지성의 생각으로 설명된다."
둘째, 중기 플라톤주의가 플라톤의 형상을 신의 지성에 담긴 생각들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알비누스는 더 나아가 플라톤의 좋음을 플라톤이 말한 신적 장인,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순수 형상과 동일시했다. 74p


스토아 철학의 경우 이성주의와 금욕주의를 강조한다. 이성주의는 이성적 사고 차원이라기보다 자연세계가 가장 이성적인 자연적 질서를 가졌다는 인식론에 기인하는 듯한다. 또한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해 무질서한 세속적 삶이 아닌 금욕적 삶을 추구하는 철학이었다.




신비종교

신비 종교들은 특정 종류의 구원을 갈망하는 그 당시의 시대적 갈망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좀 더 고차원적인 삶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69p


그리스 초기 종교는 시민종교이자 국가종교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즉 종교 자체가 대중적이었고, 그것이 문화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신비종교를 통해 삶에서 채울 수 없는 갈망들을 채우고자 한 듯하다. 


신비종교는 교리나 정확한 신념과는 거의 상관이 없었다. “신비 종교는 지성보다 눈이나 키, 상상력을 통해 감정에 호소했다." … 이 신비 종교들은 추종자들의 감정과 상상력에 영향을 주어 신과의 연합을 촉진하고자 다양한 수단을 사용했다. 입교자의 당면한 목적은 그들이 신과의 연합을 이루었다는 느낌을 얻는 신비 체험이었다.
183p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신비종교의 특징을 보면 흥미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는 교리나 정확한 신념이 없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감정과 상상력’에 호소하며, ‘신비체험’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영지주의

영지주의라는 용어는 "지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그노시스에서 왔다. 하지만 영지주의자들은 그 단어를 왜곡시켜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 진리를 의미했다. 즉 그것이 없다면 인간이 구원을 얻을 수 없는 계시된 진리를 의미했다. 
309p


영지주의도 ‘지식’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그리스 철학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리스 철학과는 달리 영지주의에서의 지식은 “계시”를 의미했고 이는 “구원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듯하다.


영지주의는 하나의 일치된 종교가 아니었다. 그 용어는 기원후 첫 몇 세기 동안에 영향력 있게 된 다양한 종교적 견해들과 운동들을 언급하는 데 사용된다.
310p


영지주의는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내용이기도 했다. 특정한 철학이나 종교라기보다 운동이라는 점에서 앞의 내용과 차이가 있는 듯하다. 18세기 전반까지의 영지주의에 대한 자료들은 이를 이단으로 규정한다고 한다. 즉, 영지주의는 이단으로 규정된 것을 거부한 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헬라 문화에서 기독교가 나왔다고?

철학, 신비 종교, 영지주의. 이 셋 중에서 기독교의 근간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일까? 사실 기독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기독교의 핵심은 ‘구원’에 있다.

플라톤 철학은 이데아와 그에 대한 지성을 가지는 것을 강조했지만, 영생과 구원과는 무관했다. 이 철학에서 말하는 이데아 사상이 영적 세계와 비슷해 보인다 해도 구원과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스토아 철학이 이성과 금욕을 통해 자연의 질서를 추구하는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구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금욕은 구원받은 사람이 추구하는 삶이자 하나님을 섬기는 방식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독교는 ‘금욕’을 추구함으로써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거룩’을 추구하는 것일 뿐이다.


신비종교가 교리보다는 감정적 만족과 신비체험에 중점을 두었다면, 기독교는 분명한 교리와 절대자와의 관계성을 가지는 실제적인 종교이다. 무엇보다 기독교의 구원론의 핵심인 ‘예수의 대속의 죽음’은 역사적 사실이면서 ‘신이 먼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증명’한 사건이다. 다시 말해, 신이 먼저 인간과의 관계의 회복을 위해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반해 신비종교의 신앙은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지주의의 경우 ‘지식(계시)’을 구원의 조건에 두었다는 점에서 영적 체험 그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듯하다. 무엇보다 이것을 ‘구원의 조건’으로 생각했다는 점이 철학에서 추구한 지성과는 다른 점이다. 그러나 기독교에서의 구원의 조건은 간단하다. ‘믿음’이다. 예수가 ‘인류(나) 죄를 지고’ 십자가에서 죽었다(대속)는 것을 믿는 믿음 말이다. 기독교에서의 구원은 이 믿음에서 시작된다. 영적 체험이나 계시를 통한 지식은 부차적인 현상일 뿐이다.




헬라 문화와 기독교. 그리고 현재


기독교 초기의 로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소개한다.


첫째, 새로운 종류의 세계시민주의였다.
둘째, 그 시대에 세계시민주의가 성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개인주의가 있었다.

셋째, 헬레니즘 문화의 일반적 특징은 혼합주의였다. 


이 세 가지의 특징은 지금 현재의 특징과도 비슷해 보인다. 법 제도나 정치 제도 등 엄연히 다른 국가들이 맞대어 있지만, 어느 때보다 비슷한 문화를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이다. 지구 반대편의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동시에 개인주의적 성향을 더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혼합주의도 마찬가지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슬람, 불교, 기독교 등 신을 숭배하는 종교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 역시 종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적으로는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데올로기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 중에도 신봉자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수많은 자연법칙 종교가 근대에 새로이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 사회주의가 그런 예다. … 이데올로기라고 칭한다. … 만일 종교를 초자연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면, 공산주의는 이슬람교에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종교다.
<사피엔스> 중에서


그럼에도 초기 기독교는 철저한 배타성을 띠며 신앙을 지키는 종교이기도 했다. 수도원에 살면서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당시의 문화와 동화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때로는 이러한 배타적 성격이 박해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이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바로 이러한 배타성이다.


앞서 말했듯, 헬레니즘 문화는 본질적으로 기독교와 다르다. 헬레니즘 문화에서 오는 종교적 교리든, 추구하는 가치든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과는 거지가 멀다. 이는 현대의 수많은 철학과 종교, 이데올로기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2000년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발전한 시대라 하더라도 그 본질적 차이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경의 가르침 역시 분명하다.

이런 것들은 자의적 숭배와 겸손과 몸을 괴롭게 하는 데는 지혜 있는 모양이나
오직 육체 따르는 것을 금하는 데는 조금도 유익이 없느니라
골로새서 2:23


내가 마게도냐로 갈 때에 너를 권하여 에베소에 머물라 한 것은
어떤 사람들을 명하여 다른 교훈을 가르치지 말며
신화와 족보에 끝없이 몰두하지 말게 하려 함이라 
이런 것은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을 이룸보다
도리어 변론을 내는 것이라
디모데전서 1:3~4


변증론 적인 주제는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는 분야이다. 하지만 이 책이 모호했던 기준이 조금 더 분명하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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