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써 내려가는 글
글은 메시지다. 어떤 형식의 글이든, 글에는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이 글의 메시지가 된다.
글의 종류는 정말 많다. 편지, 에세이, 일기, 소설, 시, 논픽션, 선언문, 칼럼. 블로그나 잡지, 신문 등에서 전하는 정보성 글. 진행용 대본 등 글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글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고 해도 글은 글이다. 즉, 앞에서 말했듯 어떤 글이든 각 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주제)가 있다.
이 책은 작가만의 글쓰기의 훈련과 원칙에 대한 내용이다. 체계적이거나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담담한 작가의 경험과 글쓰기에 대한 내면의 깊은 마음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수업에서 자신이 쓴 글을 읽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들이 있다. 좋은 일이다. 눈물을 흘리며 글을 쓰는 학생들도 있다. ...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쓰라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넘어서야만 저 반대편 심장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는 데에서 멈춰 서는 안 된다. 눈물을 넘어 진실을 파고들라. 이것이 원칙이다. 26p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사람의 깊은 내면에서부터 영감을 끌어올리려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첫 생각은 에고 또는, 우리를 통제하려고 드는 논리적인 메커니즘에 얽매이지 않은 생각이다. ...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자신의 의식 차원을 넘어선 글을 쓸 때, 그것은 있는 그대로 사물의 진실을 나타낸 것이 된다. 28p
내면에서부터 끌어올리는 영감. 저자의 표현대로 “의식의 차원을 넘어선 글” 말이다.
지각과 판단력은 우리의 의식과 육체를 거쳐서 나온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을 '퇴비를 섞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인생이 남긴 쓰레기 더미는 자꾸 쌓여 간다. 우리는 그 안에서 특정한 경험들만을 수집하기도 하고, 때로는 버린 것들을 섞어서 새로운 경험으로 삼기도 한다. 우리가 버린 달걀 껍데기, 시금치 이파리, 원두커피 찌꺼기 그리고 낡은 마음의 힘줄들이 삭아 뜨거운 열량을 가진 비옥한 토양으로 변한다. 37p
지각과 판단력은 의식의 영역이다. 의식은 어느샌가 무의식이 되기도 한다. 각자의 경험에서 느낀 감정이나 축적된 지식, 습관 등 무의식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의식을 영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혹은 무의식 차원의 글을 쓰는 훈련의 과정이 ‘퇴비를 섞은 과정’인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의식을 뛰어넘은 글을 쓰라는 것이 “내면 성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할 것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자아성찰이나 내면 성찰보다, 자신만의 메시지에 이면적이고 새로운 관점으로의 의미를 부여하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의식의 차원을 넘어선 글. 내면에 내재된 영감. 영적인 것 같으면서도 철학적인 듯한 표현처럼 보이기도 한다. 글이라는 게 그 사람만의 관점이나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창작의 일환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영적이거나 철학적이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꼭 심오하지 않다 해도 말이다.
1. 손을 계속 움직이라. 방금 쓴 글을 읽기 위해 손을 멈추지 말라. 그렇게 되면 지금 쓰는 글을 조절하려고 머뭇거리게 된다.
2. 편집하려 들지 말라. 설사 쓸 의도가 없는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아가라.
3. 맞춤법이나 구두점 등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여백을 남기고 종이에 그려진 줄에 맞추려고 애쓸 필요 없다.
4. 마음을 통제하지 말라.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 두라.
5. 생각하려 들지 말라. 논리적 사고는 버려라.
더 깊은 핏줄로 자꾸 파고들라. 두려움이나 벌거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라. 거기에 바로 에너지가 있다.
그렇다면 의식의 차원을 뛰어넘은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냥 쓰는 것”이다. 그냥 계속 쓰는 것이다. 이는 저자뿐 아니라 모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똑같이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는 글을 많이 쓰는 것이 단순히 필력을 좋게 만드는 것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쓰기는 “마음의 훈련”으로 보는 듯하다.
글쓰기 훈련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니는 자신의 몸을 믿는 법, 다시 말해 인내심과 공격하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30p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에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31p
무의식으로 시작해서 “마음 훈련”으로 이어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수양이나 성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듣는 것은 곧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신이 더 깊이 들으려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아무런 편견 없이 사물이 가는 길을 받아들일 때 그 사물에 대한 진실한 글이 태어난다. 103p
좋은 작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많이 읽고, 열심히 들어주고, 많이 써 보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104p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책을 통해 글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많이 느낀 바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런 글을 쓸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봐야 한다."라는 말을 그냥 정말 “많이 쓰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글쓰기 훈련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넓혀가는 훈련이라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관점이자 교훈이었다.
작가가 되겠다는 희망을 오직 연습 시간의 경과로만 채우고 있다면, 당신은 평생을 연습해도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다. 때로는 더 멀리 가기 위해 인생을 변화시켜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221p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고, 글쓰기를 통해 초월적인 세계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136p
사실 이 책은 제목을 봤을 때부터 기대감을 가지게 해 준 책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잘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책의 내용보다는 불교에 심취한 저자의 불교적인 성향과의 충돌에서 오는 불편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 내용을 정리하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가 쓰려는 내용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연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글의 방향성을 더 명확히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와 다른 내면세계를 가진 저자의 메시지를, 나의 가치와 세계관 안에서 재해석해나가야 할 차례인 듯하다.
나의 글을 통해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도록. 나의 글이 다른 사람과 세상을 이어 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