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과 혼동, 사탄의 거짓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삼촌인 사탄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인 사탄 웜우드에게 보낸 31통의 편지이다. 즉, 상사와 같은 사탄이 부하와 같은 사탄에게 보내는 편지다. 맨투맨 마크를 하듯 한 사탄이 담당하는 영혼을 끝까지 지옥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스크루테이프가 가르치고 조언하는 내용이다.
C.S. 루이스가 기독교인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C.S 루이스의 작품은 처음 읽어봤다. 이 책의 내용이 성경에 버금가는 진리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사탄의 특징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악마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 인류가 빠지기 쉬운 두 가지 오류가 있다.
하나는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악마를 믿되 불건전한 관심을 지나치게 많이 쏟는 것이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복음은 ‘예수님이 인류의 죄악을 대신 짊어지고 죽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 복음을 시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 하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단의 영향력이다. 심한 경우 사단과 귀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믿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단과 귀신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들의 영향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C.S. 루이스의 말처럼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사단의 특징에 대해 잘 표현한 특징은 ‘왜곡과 혼동’이다. 100% 거짓말을 통해 속이는 것이 아니라, 진실에 거짓을 조금씩 섞어 왜곡시킨다. 아니면 본래의 의미를 혼동시켜 헷갈리게 하거나 잘못 알도록 만든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은 100% 거짓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 요제프 괴벨스
그런 점에서 괴벨스의 말은 사단의 전략과 흡사하다. 이 선동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홀로코스트라는 최악의 범죄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상을 낳았다. 사단의 속임수와 비슷했던 괴벨스는 마치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도둑은 아니었을까.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다. - 요한복음 10장 10절
결국 사단의 속임수의 목적은 멸망이다. 괴벨스는 괴벨스일 뿐 사단은 아니다. 그저 사단의 특징을 닮았을 뿐이다. 왜곡과 혼동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선동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정치적 지도자를 통할뿐 아니라 수많은 요소들을 통해 이미 우리는 많은 왜곡과 혼동을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그리고 C.S. 루이스는 중 하나를 폭로하는 동시에 복음을 전한다.
종국에는 존재하는 모든 것, 특히나 모든 인간에 대해
원수나 우리 아버지 둘 중 한편에 ‘내 것’을 주장하게 될 게다.
그러니 마음 푹 놓아도 좋다.
인간들도 결국엔 자기 시간, 자기 영혼, 자기 육체가
과연 누구 것인지 알게 되는 날이 올 테니까.
여하한 경우에도 저희들 것은 절대 될 수 없지.
142p
루이스의 이 말은 마치 심판의 때가 오기 전에 전능자의 존재를 알라고 선포한 전도자의 심정이지 않았을까.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하나님의 존재를 믿건 믿지 않건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양식과 생각, 가치관들을 요구한다. 우리가 당연하다도 생각했던 것들이 어쩌면 우리를 속이고 있지는 않은가?
믿든 믿지 않든 영적 세계는 존재한다. 사단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악마의 존재를 알아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악마에 대해 불건전할 정도로 집착할 필요는 없다. 사단의 속임수가 얼마나 교묘하고 치밀하든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다만 사단에 대해서,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