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세상을 바꾸기 위한 재료
흔히 독서는 독자와 작가와의 대화 내지 교감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작가가 독자와 대화하기 위해 보내는 초대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작가와의 대화라고 말하는 이 점 말이다. 작가의 생각과 말의 주제를 깨닫고 이해하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질 것만 같다. 글을 쓰는 것이 단순히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통해 다른 누군가와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 말이다.
좋은 글은 독자에게 깨달음과 성장을 주는 글이라고 한다. 즉,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독자의 생각이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곧 저자와 세상을 이어주는 것이다.
좋은 글은 누군가를 변화시키면서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게 해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자신의 영혼을 더 깊이 탐구할수록 글도 더 깊고 풍성해진다. …
우리 작가들은 독자에게 자신의 감수성과 도덕적 세계관,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자신이 누군지 제대로 알아야만 이런 선물을 온전히 건넬 수 있다.
모호한 생각은 모호한 글로 이어진다.
내적으로 명료해야 독자에게 사려 깊고 정직한 글을 보여줄 수 있다.
55p
글에는 ‘작가'의 주관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작가의 정체성, 감수성, 도덕적 세계관, 관점, 가치관 등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어떻게 보면 글은 작가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작가 자신을 어떤 글의 소재나 주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호한 생각은 모호한 글로 이어진다.’는 말은 어쩌면 지식의 유무보다도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작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고
단점을 곁들여서 글을 풍성하게 가꾸는 법을 터득한다.
72p
글쓴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마치 사람의 목소리가 다르고 사람들의 말투도 표현 방법도 다르듯, 글쓴이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저자는 이것을 ‘진정성'이라고도 하고 ‘목소리’라고도 표현한다. 사람들이 귀담아듣는 목소리가 있고, 호소력이 있는 노래가 있듯, 글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가의 목소리인 것이다.
말할 때처럼 써야 글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 모든 노력 끝에 이제야 나의 글쓰기와 말하기의 목소리가
다소나마 어우러졌다. …
자신에게 맞는 글의 형식을 찾는 것 또한
자기 목소리를 찾는 과정 가운데 하나다.
70p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와 나만의 목소리를 찾고 싶어졌다. 나의 목소리, 나의 이야기로 세상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공감과 연대'이다. 가수는 노래를 통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연대하기도 한다. 노래를 통해 그 공간에서의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작가는 글을 통해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노래도 관객들의 호응과 공감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는 것처럼, 글에도 사람들의 호응과 공감대를 얻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 저자는 그러한 조건들에 있어서 강조하는 것은 ‘독자와의 관계'이다.
우리에게는 독자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 있지만,
반드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독자를 조정하려 들거나 바보 취급하면
그들은 작가에게 분노할 것이다.
129p
글은 메시지이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일방적으로 독자들을 가르치듯 전하는 메시지는 독자들이 좋아할까? 마치 일방적으로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부모님은 ‘대화를 나눴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자녀들은 ‘잔소리’를 들은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작가와 독자와의 관계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기에 앞서, 먼저 독자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자신도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글을 잘 쓰는 기술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 좋은 관점,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맞춤법이 틀리든, 문맥에 맞지 않는 말이 있다면 글을 읽는 것조차 괴롭다. 그렇기에 유려한 글솜씨도 중요하고 고쳐 쓰는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과 수정을 거쳐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은 공감대 형성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작가가 ‘공감과 이해'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가가 글을 쓰는 동안 새로운 사유의 영역을 발견해 내지 못하면
독자에게도 새로운 풍경을 보여줄 수 없다.
151p
그렇기에 작가는 관찰과 사색, 관계를 통해 더 넓은, 더 많은 것을 담고 품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과정들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그렇게 독자들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것이 작가가 하는 일이 아닐까.
공감은 이데올로기를 산산이 부수고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공감만이 유일한 답이다.
관점을 가르친다는 것은 공감 훈련을 한다는 뜻이다.
193p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이미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SNS에 사진과 함께 올리는 짧은 글도 글이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그 목적에 맞는 글이다. 그리고 때로는 일기를 쓰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도 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하는 것도 글이다.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도, 쓸 수 있는 글의 형식도 무궁무진하다. 편지, 일기, 블로그, 노래, 시. 모든 것이 글의 주제가 되면서 주제를 표현할 방법이 된다. 다만 저자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연결점'이다. 다른 말로 ‘공감'이다.
공감이 감성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감은 사실과 증거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말한다. 어디에 어떤 글을 쓰는지에 따라 글을 쓰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공감은 글의 본질적인 목적이다.
작가는 독자와 영혼이 성장하도록 촉진한다.
성장을 위한 가장 좋은 토양은 사랑이다.
글쓰기는 눈에 보이는 사랑이 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독자를 진정으로 변화시킬 방법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가 글을 쓰면서 의도했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독자는 우리가 심은 나무 그늘을 즐길 것이다.
305p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책을 읽고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 내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SNS에 글을 올린 지 3년이 지난 것 같다. 그리고 작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 (작년에는 게을렀지만, 올해부터는 나름 부지런히 블로그에 글을 업로드 중이다.) 그리고 최근 브런치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한 번도 작가를 꿈꿔 본 적 없다. 3년이 넘게 글을 쓰고 있지만, 이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게 나에게 중요한 일이 되었고, 어딘지 모르겠지만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이 책을 본 후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정말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작가는 글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사람이다. 내 이름 뒤에 작가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은 지금의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마치 작가처럼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별을 노래하는 것처럼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윤동주, 서시 중에서
윤동주의 시처럼, 나도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