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불계승 없는 인도에서 실패를 복기하다"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인도에 10년간 주재하면서 실패한 사업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이번에는 그와는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를 엮어보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도 흐려지기 마련인데, 기억이 왜곡되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 볼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출장자나 주재원의 관점에서 조금 벗어나 생활인의 시각에서 본 인도의 모습을 중심으로 생의 한 페이지를 기억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인도는 쉽게 설명되는 나라가 아니다. 설명하려는 순간, 이미 반쯤은 빗나가 있다. 그레서 델리에 살면서 나는 인도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대신 사람을 보고, 말을 듣고, 잘 알지 못한 채 지나가는 쪽을 택했다. 이상하게도 그 편이 더 오래 남았다.
이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다. 중소기업 사장, 가사도우미, 정치인, 학생, 운전기사, 강아지까지... 그들은 그저 델리에서 자기 몫의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그 하루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뉴스나 보고서에서는 보이지 않던 인도의 얼굴이 드러난다. 여기에는 인도를 이해하는 방법도, 인도에서 성공하는 요령도 없다. 대신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 말이 통하지 않아 생긴 침묵, 웃어야 할지 망설였던 장면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어쩌면 이 글들은 인도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 타국에서 살아본 시간에 대한 기록일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 나라를 설명하지 않고, 그저 함께 지나가게 된다는 것을. 이 글은 그렇게 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이다. 인도를 말하려다 결국 사람을 남긴 이야기,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기에 더 오래 기억하게 된 순간들이다. 그래서 이 글은 연대기적 서사나 주제별 분류 대신, 각 인물을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에피소드 구성을 취했으며, 델리라는 동일한 공간과 반복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느슨한 연작 구조를 택해 누구나 부담없이 읽어 볼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