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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Feb 13. 2023

詩 三白. Not Bad.

관관저구는 크롱에게 물어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子曰 詩 三白 一言以蔽之 曰思無邪

(자왈 시 삼백이언이폐지 왈사무사)


공자께서 말씀하신 思無邪

에 사특함이 없다.

무슨 뜻일까?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미혹됨 없는 순수한 상태.

노년의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씀하신 걸까?


그리 내세울 것 없는 출생의 이야기.

나이 든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무인의 기질인지 키는 훌쩍 컸으며(이건 참 부럽다), 귀에 들어온 음악이라면  맛있는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할 만큼 음악을 좋아했다.

세상에 쓰이기 바라지만 여러 곳을, 여러 날을 길 위에서 보냈다.

그는 인자한 노인이라기보다는, 거친 세상에 희망과 절망과 다시 희망을 꿈꾸며 날을 세우던, 쓰이기를 갈구하던 사람으로 내게 다가온다. 굳이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말하자면, 강력한 기타 리프에 장발을 하고 나타난 메탈밴드의 모습이다. 그런 그가 최신 유행가 모음집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말한다.

 

Hmm.  Not Bad.


그게 공자께서 말씀하신 "思無邪"

혼자서 그렇게 생각해 보았다.


알 수 없는 호기로움으로 책을 꺼내 들었다.


詩經(시경)


關關雎鳩(관관저구)

다시 책장에 넣었다.


"관관"  크롱크롱이나 쿠릉쿠릉 하고 우는 새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다가,

주라기공원의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꼬끼오"

하고, 고음을 내는 상상이 들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공룡멸종 원인이 '맛있어서'라 떠들던 모습도 겹쳐져 온다.


그리고 내가  잊고 있던 오래전 유행가 가사를 조리는 내 모습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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