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무인의 기질인지 키는 훌쩍 컸으며(이건 참 부럽다), 귀에 들어온 음악이라면 맛있는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할 만큼 음악을 좋아했다.
세상에 쓰이기 바라지만 여러 곳을, 여러 날을 길 위에서 보냈다.
그는 인자한 노인이라기보다는, 거친 세상에 희망과 절망과 다시 희망을 꿈꾸며 날을 세우던, 쓰이기를 갈구하던 사람으로 내게 다가온다. 굳이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말하자면, 강력한 기타 리프에 장발을 하고 나타난 메탈밴드의 모습이다. 그런 그가 최신 유행가 모음집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