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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Apr 16. 2020

봄바람을 맛본다

맛이 쌉싸름한 것이 미세먼지가 있나 보다

嘗春風而記(상춘풍이기)


四月每樣開靑天 (사월매양개청천)
黃花爲蝶風展翅 (황화위접풍전시)
四人相遇成一家 (사인상우성일가)
懷孩爲童憙跳躍 (회해위동희도약)



매번 돌아오는 봄.

그리고 매번 짧게 지나가버릴 봄.

하얀 마스크로 통일된 패밀리룩을 만들고, 걱정만큼 꽁꽁 마스크를 둘러쓰고서, 딸아이의 손을 잡고 잠시 봄맞이를 했다.


 아이는 아빠 손

작은 아이는 엄마 손


이제 머리가 굵어진 첫 아이가 아빠 손이 허전해 보였나 보다.

슬쩍 아빠 손을 잡아주는 마음이 고맙다.


근데, 사실 아빠도


'울 아빠보다 울 엄마가 쪼금 아주 쪼금 더 좋다'


할아버지에게는 비밀이다.


할아버지 잘 삐지시거든~


모처럼 네 식구가 맞이한 봄날은 따뜻했다. 걸쳐 입은 가디건을 벗어 든다. 두 딸아이는 자연스럽게 옷을 건넨다. 이런 봄 날에는 어울리지 않는, 거추장스러워진, 옷을 처리하고는 신이 나게 뛰어다닌다.


깡충깡충

두발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우다다다

정신없이 내달리기도 한다.


어느새 내 손엔 딸들의 철 지나고 있는  옷자락만 들려있다.

그렇게 남겨진 손 안에서 봄기운과 기억을 품은 온기를 느껴본다.



봄바람을 맛보며 적는다


사월이면 늘상 푸른 하늘이 열리고

노란 꽃은 나비 되어 바람에 날갯짓하네

네 사람이 우연히 만나 한 가족이 되었는데

품 안의 어린 아기는 아이가 되어 즐거이 뜀박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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