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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Jan 20. 2020

아이와 함께 하는 할아버지의  웃음

함께 할 때

할아버지를 떠올린다면..


하얀 수염과 푸른빛이 돌던 한복

그리고 무릎 위에 앉아 있다며 나를 혼내던 엄마에게

괜찮다. 괜찮다

하시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떠오른다.


어떤 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밥그릇에 밥 한 톨이라도 남기면 안 된다던, 엄한 목소리로 꾸짖던 목소리도 들린다.


세상에나..

할아버지가..

날 혼내시다니..

할아버지가..


그랬나 보다. 이 세상에서 나를 절대 혼낼 수 없는 사람이 할아버지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던가 보다.

그래서, 그게 서러워서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가 보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내 두 딸의 외할아버지를 바라본다.


스포츠형 머리 스타일에, 한 번도 잡아오지 않는 낚싯대를 취미 삼고,  SUV 차량을 몰고 다니시는, 허리가 쭉 펴진 할아버지.


나는 귀신이다

얼굴에 웃음 가득한 귀신이 등장하고

허. 아니잖아요. 할아버지

어이없다는 아이의 대화가 즐겁다


우리 아이들에게 할아버지의 모습은, 목소리는 또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다.



自戱效放翁(자희효방옹)/  順庵 安鼎福(순암 안정복)


翁年垂八十 日與小兒嬉(옹년수팔십 일여소아희)

捕蝶爭相逐 黏蟬亦共隨(포접쟁상축 점선역공수)

磵邊抽石蟹 林下拾山梨(간변추석해 임하습산리)

白髮終難掩 時爲人所嗤(백발종난엄 시위인소치)


늙은이 나이는 팔십이 거의 되는데, 날마다 어린아이와 함께 논다네
나비 잡으려 다투어 서로 쫏고, 매미 잡으려 또 함께 따라가네
개울가 가재를 건져 올리고, 숲 아래서 돌배도 주워오네
흰머리 끝내 감추기 어려워서, 때때로 남들의 웃음거리가 


'웃음거리' 아닙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웃음거리'일리가 없습니다.

그 마음이 지금 내 마음속에 있음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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