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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Nov 09. 2018

꽃을 꺾다

이것이 동서고금? 뭐 그런 건가?

꽃을 좋아하는 많은 이유가 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보이지 않지만 기분 좋아지는 향기 등등..


그 아름다움에 꽃을 가꾸고 또 꺾기도 한다.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곧 시들어 버릴 걸 알기에, 더 화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두 딸을 둔 아빠가 되고 보니


니 놈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더~ 러워


란 말을 불특정, 무차별 다수의 남성을 향해 날리고는 한다. 도끼눈을 보는 날이 늘어나면서 반성의 시간도 함께 오는 건, 이건 또 뭔가 싶다.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 고등학교 독일어 시간에 배웠던 노래가 있다.


  「Heidenröslein / Johann Wolfgang von Goethe」

  Sah ein Knab' ein Röslein stehn,
  Röslein auf der Heiden,
  War so jung und morgenschön,
  Lief er schnell, es nah zu sehn,
  Sah's mit vielen Freuden.
  Röslein, Röslein, Röslein rot,
  Röslein auf der Heiden.

  Knabe sprach : Ich breche dich,
  Röslein auf der Heiden!
  Röslein sprach : Ich steche dich,
  Daß du ewig denkst an mich,
  Und ich will's nicht leiden.
  Röslein, Röslein, Röslein rot,
  Röslein auf der Heiden.

  Und der wilde Knabe brach
  's Röslein auf der Heiden;
  Röslein wehrte sich und stach,
  half ihm doch kein Weh und Ach,
  Mußt' es eben leiden.
  Röslein, Röslein, Röslein rot,
  Röslein auf der Heiden.


소년이 장미꽃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들에 핀  장미
너무나 싱그러운 아침의 아름다움
달려가 가까이 보네
커다란 기쁨으로 보았네
장미, 장미, 붉은 장미
들에 핀 장미

소년이 말했다. 나는 널 꺾을 거야.
들에 핀 장미
장미가 말했다. 나는 널 찌를 거야
나를 영원히 생각하도록
내가 너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을 거야
장미, 장미, 붉은 장미
들에 핀 장미

거친 소년은 꺾었네
들에 핀 장미
장미는 저항하며 찔렀지만
아프지 않았네
고통스러웠어야 했는데
장미, 장미, 붉은 장미
들에 핀 장미


들장미라는 제목과 기억나는 것은 데어 데스 뎀 덴. 뜻은 완전히 모르겠고...


제목보다 더 긴 이름을 가진 문학청년 '괴테'와 곡을 쓴 '베르너'의 콜라보.


팽팽한 긴장감으로 심장을 뛰게 하는, 그러나 한없이 짧은 둘의 대화


"나는 널 꺾을 거야"

"나는 널 찌를 거야"


결국 꺾이고 만 장미는 소년을 찌르고, 그런 소년은 잊을 수 없는 고통을 받아들인다.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 그리고 죄책감.


아름답게 피어나는 빨간 장미 한 송이
꺾었으면 가꿔야지 버리기는 왜 버려
그건 얘기가 되네~

송대관 아저씨의 노랫말처럼,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할 것 같다.


물론, 시간이 흘러 "소유"가 아닌 "존재"로 거듭나 완성되어가는 과정까지 보여준 괴테이지만...


혼나야 한다.


오늘은 송대관 아저씨 승.



折花行 /李奎報 (절화행/이규보)


牡丹含露眞珠顆  모란함로진주과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절득창전과

含笑問檀郞   함소문단랑

花强妾貌强   화강첩모강 

檀郞故相戱   단랑고상희

强道花枝好   강도화지호 

美人妬花勝   미인투화승 

踏破花枝道   답파화지도

花若勝於妾   화약승어첩 

今宵花同宿  금소화동숙 


모란꽃 진주알 이슬을 머금었네

미인이 꺾어 들고는 창 앞을 지나며

미소를 머금고 낭군에게 묻는다네

꽃이 나은가요 제 모습이 나은가요?

낭군은 짐짓 놀리며

억지로 말하네 "꽃가지가 낫구려"

미인은 꽃이 낫다는 말에 질투하며

꽃가지를 밟아 뭉개며 말하기를

"꽃이 저보다 낫다면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셔요"



음...


"꽃과 함께 주무셔요"


음...


감각적인데.
그리고 조금은 더 당당한 미인의 모습에 미소 짓게 된다. 

지금부터 800년 전 즈음에 당당한 미인.

멋있다.


오늘은 내 마음 가는 데로, 그냥. 미인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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