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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Jul 30. 2023

진짜 부자가 된 다면..

먹어야지. 잘~

진짜 부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매주 가난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복권방에 줄을 서지만, 얼지나지 않아 별 감흥 없이 쿨하게 갈기갈기 찢어서 버린다. 순간이지만 세상 현자의 모습으로  각해 본다.


내가 진짜 부자라면 이렇게 살고 싶다.


김치 냉장고를 김치 냉장고로 쓰고 싶다.

칸칸이 차있는 김치통에 이름을 써 붙인다.

갓김치는 큰 통에 담아 아래에 둔다. 내가 좋아하는 제철 고들빼기와 시원한 동치미, 그리고 설탕인지 사카린 맛인지 모르겠지만 달콤하고 아삭한 백김치도 큰 통에 담아둔다. 냉면용기에 김이 오르는 하얀 쌀밥 한 그릇 담고, 살이 꽉 찬 고등어와 함께 약간 누른 묵은지찜. 그냥 먹어도 좋지만 요리 재료가 되어주는 묵은지도 가득 채워둔다. 라면이 길 때 함께 먹을 식당에서 파는 것 같은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와 숨이 죽지 않은 상태의  파김치도 나눠서 한쪽에 둔다.


생각만으로도 배가 불러온다. 좋다.


날 더운 어느 밤. 간단하게 반 병 정도 술이  생각날 때면.

튀기거나 굽거나 찌거나 삶거나 한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 주섬주섬 바지를 챙겨 입고 모자를 눌러쓰지 않고, 배달  주문을 한다. 배달비는 이제 신경 쓰이지 않는다. 거기다 음식점 브랜드도 보지 않는다.


생각만으로도 플렉스. 좋다.


손님이 있어 찾아온다면, 코스로 나오는 한정식 식당에 간다.


뭐 먹고 싶어?


아무렇지 않게 메뉴를 고르게 한다. '내'가아니 '네'가 정하는 메뉴가 두렵지 않다. 이 동네에서 알만한 상견례 전문 무슨무슨 한정식이나, 코스 A, B 가  있는 그런 곳에 가서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니체도 좋고 공맹도 좋다. 오래간만에 떠들어 보는 개철학에 시간이 녹아 버린다. 음식값이 아닌 이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생각만으로도 좋다. 좋.

내가 되고픈 부자는,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부자가 되는 것이다.

당뇨가 있어서, 통풍이 있어서, 의사가 살고 싶으면 끊으라고 해서 못 먹는 음식이 늘어난다면 '부자' 보다는 '환자'니까.


잘 먹기 위해서, 멀쩡한 육체와 그리고 같이 할 건강한 사람들이 있는 사람. 런 사람.


또 어떤 모습의 부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며 질문한다.


오늘 저녁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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