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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민 Feb 21. 2022

봄이 온다.

식탁보와 히아신스 

봄맞이를 하는 마음으로 상큼한 패턴의 식탁보와 히아신스 구근을 샀다. 


 히아신스는 사 올 때만 해도 잎 길이가 3~5cm 정도였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 10cm가 넘었다. 

봄이긴 한가보다. 히아신스는 꽃향기도 진하고, 좋다고 하니 꽃 피는 것이 무척 기다려진다. 



늘, 봄이면 튤립이라든지, 수선화라던 자.. 봄을 대표하는 구근 식물을 집에 들이고 싶었다. 

한 번도 사 본 적은 없었지만, 어릴 때 살던 단칸방 앞 작은 화단에 수선화 구근이 매년 봄마다 꽃을 피우는 걸 본 적이 있다. 그걸 보고, 봄에는 동그란 뿌리에서 싹이 터 꽃이 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봄꽃의 구근을 샀다. 

지난주 마트에서 파는 것을 보고는, 어쩐지 고민이 되어 바로 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내내 눈에 밟혀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 밤 오랜만에 소풍 가기 전 설레는 마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집에 와서 분갈이를 하고,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잘 자라고 있어 기분이 좋다. 




 식탁보는 하늘색 바탕에 레몬이 가득 그려져 있는 패턴이다. 봄과 여름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을 한 거라 상상만으로 잘 맞겠다 싶어 샀는데, 막상 깔아보니 뭔가 안 어울린다. 



테이블 밑에 쌀 포대와, 스팀청소기를 가리기 위해서 큰 사이즈를 샀다. 

어지러운 패턴이 넓게 있으니 더 혼란스러웠다. 처음에 깔고는 '어떡하지.'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패턴 자체는 상큼하고 마음에 들었는데..


 주름이 있어서 더 그런가 싶어, 주름도 펴보고, 옆에 튀어나온 부분을 정리도 해보고, 펼쳐보기도 하고, 최선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정리되지 않은 패턴의 무늬는 우리 집에 처음이다. 

아마 그래서 더 어색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적응해 보기로 한다. '세상이 어떻게 딱딱 떨어지는 가로세로줄만 있을 수 있겠는가.' 싶어서.  

어지러운 무늬도 있고, 뒤죽박죽인 무늬도 있는 거지. 


그 옆에 놓여있는 제멋대로 자라는 아이비 가지와 잎들이, 이 식탁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생말처럼 옆 선반에 놓아둔 두유 패키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히아신스 구근과, 어지러운 식탁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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