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옆에 사는 것
맞춰 둔 알람 소리에 눈을 깬 시간은 오전 7시 10분.
습관적으로 핸드폰에 손을 뻗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라디오 앱을 켰다.
전엔 자주 듣던 시사 프로그램인데 최근에는 거의 의무감으로 아침에 깨서 침대에 있을 때만 틀어 둔다. 집중해서 듣지도 않는다. 뉴스를 듣다 보니 내용이다 거기서 거기다.
몇 년 전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땐 '아, 내가 왜 이런 것들을 모르고 성인이 됐지. 바보 같다. 이런 걸 모르고 지나간 세월이 아쉽다....'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어야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내 삶도 바뀌고 사회도 아주아주 조금씩 바뀐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말하는 '정의'로운 방향으로.
그런 뉴스가 요즘엔 알고 보니 거기서 거기 같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나는 아주 티끌 같은 존재고 내 한 표가 소중하다지만 읭?
여기서 뭐라 하면 저기서 반대하고, 타협하고, 싸우고, 또 찬성하고 반대하고. 규제하고 완화하고 -
이러기로 했다가 또 저렇게 하고. 따라가기 바쁘다. 사실은 안 따라가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쨌든 이리저리 실려 끌려가고 있겠지.)
그리고 한 시간 정도를 이불속에서 비비적거리다 주섬주섬 일어난다.
요가매트를 깔고 요가를 한 시간 한다. - 올해 제일 잘한 것 중에 하나. 요가매트 마음에 드는 것 구입.-
아침이라 몸이 덜 풀려 근육들이 뻣뻣하다.
원래는 이마가 정강이에 닿았는데! 오전에 하는 수련은 복부가 허벅지에 닿지도 않고 가슴이 무릎에 닿지도 않는다. 이 시간대의 내 몸은 원래 그런 걸 알지만 매일 하면서도 어쩐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호흡에 집중하고 싶은데, 여전히 오늘 아침도 '으, 다리 뒤 쪽 당겨. 원래 되는 건데! 이건 진짜 내 유연성이 아니야!' 생각하며 아쉬움에 우타나아사나를 지나친다. 이 무슨 미련한 생각일까.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한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오늘 뭐 하지 생각하다 엄마 집으로 가기로 했다.
날씨가 추워서 옷을 단단히 입고, 패딩을 꺼내 입었다. 강을 건너는 다리를 걸어서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더 단단히 입어야 한다. 다리 위는 바람이 많이 불고, 차가 쌩쌩 다녀서 또 바람이 많이 불어서 더 춥다.
털모자도 쓰고 간다. 장갑도 꼈다.
작은 공원을 지나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구경했다. 인간이랑 같이 사는 강아지가 참 많다.
동백이 얼마 전까지는 만개했더니 오늘은 시들어서 다 떨어지고 있다. 아쉽다.
나무에 피는 꽃 중에 동백이 제일 좋다. 하얀색, 핑크색, 빨간색, 오색, 다 좋다. 종류도 많은데, 가운데 우글우글한 주름들 사이에 노란색 수술이 있는 빨간색 동백은 진짜 신기하게 징그러운데 좋다.
이 작은 공원을 지나면 7-800미터 정도 되는 다리를 건넌다.
낮에 건너면 그 밝음에 눈이 부시고, 흐린 날 건너면 멀리 뿌연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기체를 본다.
해 질 녘 걸으면 물 위에 비친 반짝 거리는 햇빛을 본다. (윤슬이라고 하나?)
눈이 부셔서 불편감을 느끼면서도 한참을 보고 또 보게 된다. 그 위에 둥둥 떠 있는 오리들을 한참 구경한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은 이것저것 볼 새도 없이 모자를 잡고, 옷을 여민다. 바람을 몸에 감으며 걸어 나간다.
이 다리 위를 달려갈 때도 있는데, 그때는 거의 아무 생각이 없다. 숨이 찰뿐이다.
강물 위를 건넌다는 생각을 다리를 건널 때마다 매번 하는 건 아니지만, 거의 무의식적으로 걸어 가지만,
강 옆에 사는 건 참 좋다. 반짝이는 강물을 보는 것은 매번 좋은 기분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