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콤S Sep 28. 2022

보건실도 '축제'합니다

아나바다를 아시나요?

아시나요는 아시나요?

(썰렁한 농담을 사과합니다)


학교는 코로나로 차마 열지 못했던

체육대회와 축제를 3년만에 연이어 개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체육대회는 보건교사에게는 말할 것도 없는

고강도의 노동이다.

하루종일 다친 아이들에게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얼음을 대주느라

고개를 들 틈이 없었다.

당일 체육부장님이 나에게

응원상 심사위원을 하라시기에

다친 애들 무릎팍께를 보느라

응원볼 틈이 없었노라 말씀드리고 고사했다.


연이은 다음날은 축제였다.


그냥 좀 넘어가면 좋으련만

나는 그만 아이들보다도 더 들떠서

축제결정이 나자마자

전교직원에게 메세지를 날렸다.


그리고 광고지를 붙이고 다녔다.

축제날 붐빌 것이 걱정되어 수제 번호표도 만들었다.

처음엔 30번까지 만들었는데

누군지 모를 포카가

아이들에게 경쟁심을 불러일으킨 듯 해서

60번까지 더 만들었다.


체육대회가 끝난뒤

지친 몸을 이끌고,

나는 보건실을 3개 구역으로 나눠서

기증품 구역과

내가 신으려고 사놓고

발아퍼서 두번만에 포기한 신발을 가져와서

신데렐라 구역을 만들었다.

세번째는

내가 '아미'라고 오해한 누군가가 준 물건들로

BTS 구역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10시전부터 오픈런을 위해 줄을 섰고,

나는 번호표를 나눠준 뒤

다섯명씩 입장시켜 충분히 즐기게 했다.


결과는?

완판이었다.

입지않은 새 정장치마를 가져와서

취업나갈 3학년 아이들에게 줄 것 그랬다며

동동거리는 선생님 덕에

내년에도 해야될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이들이 '감사티비'를 전한다.

나는 보건교사로 일하는 것이 재밌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나 입을 여는 마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