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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Oct 11. 2022

보건교사의 교원평가

아이돌의 악플대처에서 배운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니

메세지가 있다고 반짝반짝 한다.

부지런한 연구부 선생님이

어느새 교원평가를 마치셨는지

각자 결과를 보라고 메세지를 보내셨다.


교원평가는 매년 이맘때의 멘탈을 흔드는 일이다.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교원평가 결과를 보는 일은 탐탁치 않다.

특히 자유서술 문항을 볼때면

아이들의 솔직함이 기특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가르는 무기가 된 기분도 든다.


매년 3월 신임교사 대상으로 성교육을 할 적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아이돌'과 동급이라고 말한다.

막 부임한 7호봉 월급은 코딱지지만,

자신감을 가지시라,

학교생활은 보람되며

사는 동안 이만큼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격려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아이돌의 악플체험 기간이다.

아이돌이 악플에 대처하듯

강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일부 선생님들은

교원평가 자체를 반대하기도 하고,

아예 결과를 열어보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정책이겠지만,

학생과의 의사소통과

교사의 반성 목적이라면

이 결과를 나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교감, 교장 선생님은 이 결과를 볼 수 있다.

절대 비밀유지이며

어길시 법적조치도 가능하다는 엄포가 있지만,

십여년간 교직에 있다보니,

법대로 하지 않으시는 분도 계시다는 것을 안다.

영 마음이 편치가 않다.


수업하지 않는 보건교사는 전교생의 평가를 받고,

나처럼 수업하는 보건교사는

수업하는 학생들의 평가를 받는다.

어느 것이 더 나을까를 매년 고민한다.


그 어떤 교사도 전교생의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교사는 학생들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가르치다 보면 엄하게 대해야 할 때도 있다.

보건교사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가르치다 보면 엄하게 대해야 할 때도 있다.


나의 교원평가용 자기소개 자료를 보자.


학생 알림글이다.

'보건실 운영 및

2학년 2개반의 보건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 공식적인 교육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식의 확장과,

자기관찰능력,

자기관리능력의 향상을 목표로 근무 중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학부모 알림글이다.

'보건실 운영 및

2학년 2개반의 보건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아이들의 성장과 학업,

건강 모두를 신경써야 하는

학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학교에서의 의료적 판단이 정확하도록

늘 힘쓰겠습니다.'


보건교사로서 나의 목표는 이러하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중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인정해주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보건교사가 뭐 대단한 교사 대접을 바라냐며

냉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교사로서의 일거수일투족을

학생들에게 '평가'받고 싶지 않다.

좋은 말로 가득차 있어도

'평가'받고 싶지 않다.

소통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지만,

'평가'당하고 싶지 않다.


생각보다 조퇴를 쓰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싶다.

쓸만해서 썼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벌점을 준 적이 없다.


TMI는...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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