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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May 26. 2024

5월의 체육대회

블랙핑크 in the area

하루 한두시간 체육대회 예선을 하는 5월 내내

보이는 부상과 보이지 않는 부상을 치료했다.


그리고 체육대회 당일이 되었다.


나는 늘 해왔듯이

휠체어,

약품과 처치도구가 가득실린 드레싱카트,

(애들이 갈비집에서 봤다며 반가워한 한 그것)

냉수가 담긴 커다란 보온병과 종이컵,

캠핑의자,

아이스가 가득찬 커다란 아이스박스 등등을

이삿짐처럼 끌고나갔다.


다들 오늘 고생하시겠다며 걱정과

응원을 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움하하하 웃었다.


드디어 오늘!

오늘로 체육대회 관련한

어마어마한 방문은

종지부를 찍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어떤 예측불허의 부상이 올지

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부디 2인3각에서

마지막 한발이면 될것 같을때

팔짱낀 내친구의 마음도 같은지를

확인하고 그 발을 내딛기를 바란다.


부디 계주에서 온힘을 다하다가

쭉넘어져 얼굴을 다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유독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잔잔한 방문이 많아서

나는 붕대를 추가주문하기까지 했다.


다치고오는 아이들 모두에게

훈장처럼 붕대를 실컷 감아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친 아이들은 생각만큼

붕대를 원하지 않았다.


내가 이것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평소 거의 써보지 않은 근육들을,

그것도 온힘을 다해 쓰다보니

아이들은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아우성이었다.


나는 두가지색 테이핑으로

검정과 핑크를 번갈아가며,

때로 순서를 어기고 검정이나,

핑크를 요청한다해도

효과는 동일하니 내고집대로

아이들의 팔과 다리, 손가락, 발가락에

쭉쭉 붙여주었다.

운동장 곳곳에 블랙과 핑크가 보였다.


생각해본 없었는데

어느 학생이 '블랙핑크에요? 선생님?'한다.

나는 내가 예상한 적 없던

나의 센스(?)에 기분이 좋고

그말을 해준 학생덕에 기분이 좋아 깔깔깔 웃었다.


블랙핑크의 발뒤꿈치도 어려운 나지만

최소 보건교사계에서는 블랙핑크라는 이름을

쓸수 있겠다.


오전오후로 나뉜 체육대회였고,

한순간도 운동장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점심시간마저도 응급실에 갈지말지 고민하는

학생이 있어 두유 한잔 마시고

다시 운동장으로 나간 날이었다.


체육대회는 내가 속한 부서의 행사이며

우리 부서의 기획대로

모든 선생님들이 안전지도와 심사에 배치되어

자기 역할을 함으로서 가능하다.


그래도 누가누가 제일 고생했냐고 묻는다면

우리 부서일 것이고,

두분밖에 안되시는 체육선생님이실 것이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체육대회로 고생하는데

밥한끼는 사줘야겠으니

대회당일에 식사하고 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애초에 학교에 그런 돈이란 없기에

그런 생각을 해본적도

따로이 밥을 먹은 적도 없다.

그저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엔 일주일 전부터

그런 오더가 있었다고 한다.

대회아침 같은 부서 막내선생님이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선생님. 오늘 회식 같이 가세요?'하셨고

처음듣는 소리지만 그런가보다 하며 '네 '했다.


점심을 못먹고 아픈 학생을 데리고

응급실을 갈말갈말하고 있을때

그 막내선생님이 내옆에 쭈뼛쭈뼛 오더니

'선생님. 보건샘이랑 상담샘은

안오시고 싶으시면 안오셔도 된대요.

그게 자리가 정해진 곳인가봐요'한다.


콕찝어

나와 상담샘은 오지말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런 희안한 말은 첨들어본다.

초대한 적도 없으면서

안오고싶은 네 의지로 안오면 제일 좋겠다니...

나는  모두가 보았듯이

애들의 깨진 무릎팍만 보느라

운동장에 나와 있었어도

경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상담샘은 아마도

이렇게 다같이 으쌰으쌰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오전오후를 학교에서 잘보낼수 있게

어르고 달래고 상담하고 계셨을거다.


치사하지만

보건샘도 상담샘도

체육대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 이말이다.


교감선생님의 의중인지

누구의 오해인지 모르겠으나

나와 상담샘은 라인업에 빠졌다.


체육대회로 고생한 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한

회식이라는 것이 불쾌하다.

그럼 그자리에 못간 나와 상담샘은고생하지 않았으니

초대받지 못한 것이 된다.


뭐...

비교과교사로서

이런일이 한두번도 아니기에

이번일도 매우 인상깊었지만 지나갈 것이다.


나는 나의 블랙핑크 테이핑이

다친 아이들에게 큰만족을 준것에

보람을 느끼며 또 근무일을 늘려갈 것이다.


하지만 라인업에 나와 상담샘을 뺀 누군가는

과연 옳은 판단이었는지 고찰할 기회가 있기 바란다.


나의 마흔 여덟 직장생활은

여전히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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