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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Sep 18. 2022

좋은 동료가 되고 싶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호구로 안다. 요즘 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나는 MZ 세대에 속한다. 여러 매체 속에서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찡찡대는 그런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래서 더욱 이런 불만을 경계했었다.     


일 년은 예스맨이 되어 열심히 하기로 했다. 일 년이 내 나름대로 세운 기준이었다. 그건 내가 군대를 겪으며 정한 기준이다. 군 생활을 일 년 정도 하면 상병이 된다. 상병이 되면 어느 정도 부대를 잘 알게 된다. 어떤 것이 당연하고,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일을 잘 알게 되어서 편해지지만, 합리적이지 못한 일에 불만이 많이 쌓이기도 한다.     


18개월로 줄어든 요즘은 군 생활의 절반을 넘겼을 시기, 상병이 되고도 남았을 시기, 그때를 내 기준으로 삼았다. 그전에 생기는 불만들은,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 년을 새로운 곳에서 예스맨이 되어서 지냈다. 도와달라는 도움은 거절하지 않았고, 때로는 먼저 나서서 도왔다. 그 결과 이곳에서 나는 다루기 편한 존재가 되었다. 요구를 들어주고 군말 없이 하라는 대로 할수록 그들은 나를 다루기 쉬운 도구로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째가 되었다. 나에 대한 대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잘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이곳의 생태에서는 여전히 호의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내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일을 시키기도 한다. 힘들 때는 서로 돕고 사는 것이라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믿었다. 그 믿음은 내가 요청한 도움을 그들이 모른 체할 때 깨졌다.     


그들이 부탁하는 것들은 대부분 작은 것이다. 그들에게는 작은 것, 그냥 해줄 수 있는 것, “그 정도야 해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을 부탁하는 사람이 가진다는 점이 나를 갑갑하게 만든다. 오늘도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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