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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Aug 29. 2022

타성에 젖다.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고 맴도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 말들은 제 인생의 선택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제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마주치자마자 정처럼 박혀 빠지지 않는 말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 흘러갔다가 점점 파문을 일으키며 제 안에서 존재감이 커지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수험생 시절 화면 속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안광이 지배를 철하다.”라는 말이 그랬습니다. 눈빛이 종이의 뒷면을 꿰뚫는다는 뜻의 “안광지배철”이라는 한자성어를 풀어서 말한 것입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수험생이라면 이 정도 각오는 있어야지”라며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요즘 제게 계속 말을 거는 문장은 “타성에 젖다.”입니다. 언제 마주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녀석이 제 마음속을 헤집어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타성에 젖다, 뜻은 변화나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하게 굳어진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비판적인 의미인 것 같습니다.     


왜 이 말이 맴도는 것일까요? 지금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말은, 지금의 내가 경계해야 하는 태도이기 때문일까요? 제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이유는, 제가 스스로에 엄격한 탓일까요? 아니면 제가 실제로 나태한 것이기 때문일까요? 저는 어떠한 관성에 휘둘리며 스스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전 답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그 문제를 바라보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이 될까 두려워 애써 외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모습까지도 타성에 젖은 것이라고 지적을 받아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지금 고민하는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답을 낼 수 있는 것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줘야겠습니다.     


글을 쓰며 깨달은 점은 제가 지금의 삶의 방식에 불만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이 불만을 해결할 답을 찾을 수 있겠죠. 아니면 답은 이미 알고 있고, 문제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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