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필요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존재처럼 다가오지만, 자신의 용건이 끝난다면 곧바로 남으로 돌아선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내가 먼저 나서서 누군가를 도와주기가 꺼려진다. 내가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먼저 나서서 도울수록 그들은 내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못 본체 한다.
오늘도 호의를 권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치였다. 물론 주변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들은 그런 불편한 기억들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그런 모습일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돌아보는 일, 우리의 미래를 채워갈 반의 아이들이 감사한 것에 감사하다고 할 수 있는 학생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우리 반 친구들은 뭔가를 부탁하거나 요구를 하고, 원하는 것을 얻게 되면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나는 기어코 감사 인사를 받는다. 다른 사람이 베푼 호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상대방에게 감사한 것은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학생이 되었으면 한다.
적어도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고마운 일에 고맙다고 하고 미안한 일에는 미안하다고 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물통을 가지고 오는 것을 잊은 학생이 종이컵을 받아 갈 때, 부서진 안경을 고쳐줬을 때, 잃어버린 활동 준비물을 다시 받아 갈 때 나는 슬쩍 눈치를 준다. 그냥 가지 말라고, 무언가 까먹은 것은 없느냐고 지긋이 바라본다.
그럴 때면 당황하는 아이들도 있고 바로 눈치를 채는 학생들도 있다. 가끔은 자기한테 뭘 바라는 거냐며 되려, 눈을 크게 뜨는 학생들도 있다. 그래도 결국에는 모두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물론 그 과정에는 설명이 있기도 하고, 설득이 있기도 한다. 가끔은 ‘내가 지금 애들하고 뭘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누워서 절 받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해주는 일들을 당연하게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다. 오히려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내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그들의 태도이다. 오늘 한 감사의 경험이, 사과의 경험이 앞으로 살아나가면서도 그들에게 남아 있었으면 한다.
나는 생색을 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 물론 내가 한 이야기들이 모두에게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도 학생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학생들도 내게 감사를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감사한 일에 감사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게 내가 앞으로 살아갈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를 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