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기 진료를 다녀오며, 이식 D+763
아주 오랜만에 복막투석실에 들렀다. 신장내과 진료실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 그러나 두꺼운 미닫이 문으로 경계가 그어진 곳. 투석을 할 때는 젊은이가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보통 신장내과에 오는 사람들은 그곳의 의미를 알았다.
집에서 투석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늘 외로웠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기가 몹시 어려워서, 세상과 단절되어 임시로 살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러나 복막실에 가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났고, 또 그런 우리를 환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보아주는 간호사 샘들을 뵐 수 있었다. 늘 속속들이 마음을 알아주고 손잡아 주는 선생님들 덕분에 그 시간을 덜 아프게 지나왔다.
선생님은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도 나를 기억하고 웃어주었다. 이식하고도 불안한 마음, 잘 지키고 싶지만 답을 모르겠는 마음, 그런 것들을 마음껏 말해도 어떤 추가 설명 없이 이해된다는 점이 좋았다. 혹시 엄살로 보일까, 부족하게 전달될까 하는 걱정 없이 요즘의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또래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무거운 발걸음을 딛는 내게, 조금 더 경쾌한 결정들을 알려주신 덕에 마음도 홀홀 가벼워진 기분. 그럴 수도 있구나, 비슷한 고민을 즐거이 택하는 사람도 있구나, 닮고 싶다. 나도 덩달아 고민을 덜어냈다.
그리고 30년 동안 이식신을 지키신 분에 관한 말씀도 들었다. 모든 관리를 잘하셨다고, 얼마 전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다면 더 오래도 쓰셨을 것 같다고. 아직은 평균적으로 15-20년 정도면 잘 썼다고 한다는 말씀을 듣고, 우선순위가 재정렬됐다. 뭘 그렇게 고민했어. 무엇보다 몸이 제일인 걸 알면서. 당장 이 문만 열고 들어오면 고생하고 슬퍼했던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는데.
고민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조금 씁쓸했지만, 이것이 이번 생의 내 삶일 테니까. 이마저도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 삶의 모양인가. 조금도 부족하지 않고 여전히 빛나는, 이 생을 좀 더 확실히 끌어안기로.
대학내일 X 희우 인터뷰: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000047&memberNo=4836725
희우 작가의 에세이를 더 읽고 싶다면:
https://contents.premium.naver.com/sunharoo/hee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