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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Jan 28. 2024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며

나, 식물 그리고  어딘가

처음에는 책을 쓰고 싶었다. 호랑이의 가죽이나 사람의 이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나의 말을 대나무숲에 쏟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람결을 따라 누군가의 눈과 귀에 닿아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1주일, 늦어지면 2주일에 한 편씩이라면 1년에 족히 서른 편의 글을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걸 뚝딱 묶으면 책 한 권이 나오리라 짐작했다. 결론적으로 거창한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1주일에 한 편의 글을 정해진 시각에 성실하게 업로드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어중간하게 살고 있다. 창대한 계획, 바쁘고 피곤한 일상, 그리하여 미미한 결과. 조금 더 올라가면 뭐가 될 수 있으려나. 거기까지 올라가려니 시간도 열정도 용기도 다 모자라다. 원래는 다 넘쳐났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제는 나도 모르게 그것들이 슬슬 빠져나가고 있다. 만으로 (이제 만 나이만 세상에 존재하니 이렇게 쓰는 것도 옛날 방식이겠다.) 마흔이 넘었고 직장, 집, 거리 어디에서든 어중간하고 대체가능한, 흔한 존재가 되어가는 중이다.  


책이라던가, 작가라던가 그런 환하고 광나는 꿈들은 내려놓고 그저 내 일상과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쓰려한다. 나와 식물, 과거나 현재 혹은 미래. 그 어딘가에 어중간하게 걸쳐있으며 얽혀있어 이도 저도 아닐 수 있는 이야기를. 때로는 글로 때로는 미완의 그림으로, 그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출처 펙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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