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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Jan 19. 2024

비움신이 올 때 움직여야 한다

가장 어려운 비움, 책 비우기를 하자

코로나 시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꾸준히 비워내기를 했다. 

오죽하면 비우기로 전자책을 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의 워너비는 언제나 거실에 아무것도 없이 깔끔한 곳이지만 

현실은 갈 곳 없는 내 책상과 책장, 피아노, 소파, TV까지 가득한 곳이다.



여기에 이사 온 지도 12년이고, 딱히 이사 갈 생각도 없는 남편을 설득하느니

내가 비우기로 집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게 더 빠른 일이다.

특히 봄이 되면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자기 방을 줘야 할 시기가 된다.

초등 때부터 혼자 방을 쓴 누나와는 다르게, 아직도 엄마와 이야기 나누며 자고 싶다는 아들도 곧 언제 변할지 모른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개똥이네에서 '미개봉새책'을 샀다.

전집이 종류별로 있었고, 아이들도 잘 읽어주었다. 시기마다 새로운 전집이 들어와야 했기 때문에 시기마다 전집을 처리해야 하기도 했다. 나보다 아이가 늦은 친구들에게 또는 맘카페나 당근에서 중고거래로 처리했다.



오히려 전집은 거래가 수월한 편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정말 팔리지 않는다면 가격을 싸게 해서라도 내놓으면 팔린다. 

하지만 문제는 내 책이다. 



문제는 내 책이다


거실뿐만 아니라 작은 방에 있던 책장에서 내 손이 닿지 않는 것을 모조리 다 꺼내봤다.

몇 권인지 세어보지도 않았는데 좀 많긴 하다.

일단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친구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거부, 역시나 내 친구들은 책 친구는 아니다.

그다음 친한 대표님들한테 물어서 여러 권을 뺐다.

마지막으로 독서모임 방에 올렸다. 아이들 책과 본인이 관심 있는 책을 골랐다. 



참 웃긴 것은 이렇게 내놓으려고 책을 다 꺼내놓으니까 읽는 남편이 챙긴다. 

그러면서 얼마나 열심히 읽는지, 누가 보면 내가 자기 책 뺏어간 줄 ;;;

중학교 들어가서 가뭄에 콩 나듯 책 읽는 딸도 와서 몇 권 들고 간다 ㅋㅋㅋㅋ 둘이 어쩜 이렇게 닮았지?




뺄 건 빼도 책이 많다. 아는 대표님이 알라딘에서 책을 팔고 현금을 받아온 걸 보고 알라딘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이 많아서 남편과 같이 가야지, 하고 날짜를 보다가 문득 책이 매입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들고 갔다가 안된다고 하면 낭패니까.



그렇게 알라딘 어플에서 중고매입을 알아보니 어랏, 온라인으로 한 번에 20권까지 된단다.

매입가가 1만 원만 넘으면 택배비도 무료라고 하니, 이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





알라딘 어플에서 바코드를 하나씩 찍어보고 매입 가능한 책 20권을 박스에 포장했다. 의외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책도 매입불가인 경우도 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는데, 알라딘과 거래를 하지 않는 출판사의 책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알라딘에서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고 신청 내역서까지 출력했다. 

토요일 신청했더니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바로 CJ택배 기사님이 오셔서 수거했다.



가장 오래된 책장



첫째 아이 임신했을 때 임신육아교실에 갔다가 당첨됐던 책장이 처음으로 비워졌다. 

전집을 너무 많이 품고 있어서 뒤판이 밀려나갔다. 이 책장을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당근에서도 소득이 있었다.

역시나 아이들이 읽던 전집인데, 전래동화는 80권에 만원 했더니 반응이 없어서 8000원으로 내리니 바로 연락이 와서 팔았다. 위인전은 90권에 같은 제품이 2만 5천 원, 4만 원까지 올라와있는데, 좋아요는 있지만 거래는 하지 않는 걸로 보였다. 내 목적은 '빠른 배출'이다. 내가 싸게 올린다면 바로 되겠다 싶어 (원래 전래동화처럼 1만 원에 하려고 생각했던 것을) 1만 5천 원에 올렸다. 그랬더니 2분 만에 바로 연락이 와서 거래했다. 



당근 책 거래



그리고 또 집에 있던 유아 전면 책장도 무료 나눔으로 올렸다.

이 제품은 새 상품도 그리 비싸지 않은 거라 중고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아직 써도 되는 물건이지만, 사려는 사람은 만원만 더 주면 새것을 살 거니까,라는 생각이 드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료 나눔으로 올렸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거래 소득


알라딘에서도 빠르게 정산을 보내왔다.

포인트로 할 것인지, 현금으로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었는데, 당연히 현금으로 선택했다.

예상은 3만 8천 원대였지만, 한 두 권이 폐기됐을 수도 있고, 금액이 깎였나 보다. 

그래도 3만 2200원의 소득이 생겼다.



독서모임 언니는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일주일이라며,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에 얼른 와서 책을 받아갔다.

또 그냥 못 오시고 드립커피를 주셨다. 이디야 드립은 처음이라 또 감사하게 받았다.



알라딘 32,200원 전래동화는 8천 원, 위인전은 1만 5천 원 수익을 얻었다.

총 55,200원 (커피제외)



아직 남아있는 책이 많아서 알라딘에 거래를 해야 한다. 그분이 오셨을 때 얼른얼른 움직여야 한다. 비움신이 몇 년 만에 오실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면 책장까지 내일 거래를 하고 나면, 아마 집 구조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베란다를 향하고 있는 내 책상에서 일을 하면 남향이라 햇살이 너무 세다. 집에서 선글라스를 껴야 할 정도다. 그래서 책상 위치를 좀 바꾸고, 소파를 그대로 둘지 버릴지 고민이다. 옷장도 부족해서 고민 중이고...



비움신이 오면서 채움신도 함께 데리고 오면 안 되는데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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