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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Feb 08. 2024

명절 전에는 냉장고를 비워야죠

비운만큼 채워질 테니까요

곧 명절이다.

명절 전에는 내가 하지 않는 것과 꼭 하는 것이 있다.


하지 않는 것으로는 과일을 비롯한 채소 등의 식자재를 사지 않는 것이 있다.

평소보다 엄청 비싸지고, 정말 그 자리에서 먹을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명절에 시댁이나 친정에서 받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꼭 하는 것으로는 냉장고 비우기다. 명절을 대비해서 하나씩, 하나씩 곶감 빼먹듯이 냉장고를 파먹었더니, 지금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다.





평소에도 가끔 시댁에서 호출하면 이런 보따리를 싸주신다.

각종 과일과 말린 대추나 생강 등 몸에 좋은 종류, 채소 등이다.

아이들 겨울 방학 때 간식으로 고구마 맛탕을 해 먹으라고 고구마도 한가득 주셨다.

덕분에 아이들이 출출해질 오후, 고구마 맛탕으로 허기를 채우고 태권도며 영어며 학원을 다녀왔다. 




사실 집에 대추와 말린 생강은 너무 많다. 이건 한꺼번에 먹으래야 먹을 수 없는 식품이다.

이번에 또 어머님이 보내셔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한꺼번에 다 넣고 끓여버렸다.

그랬더니 훌륭한 건강차가 됐다.

대추+생강+(김치냉장고에 오래 있어서 물렁해진) 배를 넣고 2~30분 끓였다.

마실 때 꿀을 조금 넣었더니, 아주 만족스러운 건강차가 됐다.

이번 설에 배가 좀 남는다면 또 해볼 셈이다.


이렇게 끓인 덕에 대추 한 봉지는 거뜬하게 처리했다.



어른들은 왜 그리 김치냉장고를 신봉하시는지,

그런 어머니를 닮은 시누는 과일을 좋아하면서도 빨리 소진시키진 못하나 보다.

뭘 좀 나눠줬더니 작은 사과를 한 봉지 보냈다.

크기는 작은데 맛있데.

아삭한 사과를 기대하면서 열어봤더니 

사과가 죄다 이 빠진 할머니 입술처럼 되어있다.



김치냉장고에 얼마나 있었던 건지. 이런 사과는 아무리 맛있어도 먹기 싫다.

그래도 그냥 막 버리기는 아까워서 남편에게 바나나를 한 송이 사 오라고 했다.

이후에 남편은 사과+바나나 갈아 만든 주스를 한동안 먹어야 했다.

자기 누나가 초래한 일이므로.



설이 코앞이라 냉장고를 살펴보니 숙주와 (다른)사과가 두 알 있다.

숙주는 상할까 봐 일단 물에 넣어두고, 일부를 볶아서 먹었다.

사과는 여차하면 더 물렁해질 수준이라 얼른 깎아서 아이들과 나눠먹었다.

이제 과일칸은 텅텅 비었고, 채소칸은 무, 당근, 양배추, 배추가 자리 잡았다.



엊그제도 지난 명절에 받아온 떡을 구워 먹었다.

아이들이 다 좋아해서 다행이다. 이번에는 조금만 덜 가져와야지, 항상 다짐하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는 온 식구가 한 보따리는 들고 오게 된다. 제발 제사 음식 좀 조금만 하면 좋겠다. 

아니, 제사가 없어지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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