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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Apr 12. 2024

내가 간호사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번 주간 기수에서 맡은 마지막 수업시간이다.

1교시부터 8교시까지 풀타임이고, 교육기간도 거의 끝날 무렵이라

대부분 복습과 모의고사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교육원으로 출근해서 원장님과 오늘 모의고사를 쳐도 되는지,

CBT 연습을 할 것인지 의논했다.



올해부터 교재가 개편되면서 교재에 실기 부분이 나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부분이 실기 평가 범위로 나오게 됐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그 부분을 평가하고 채점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 교재의 실기 평가 부분/ 우) 실기 평가 체크리스트



한 두 개 정도 빠뜨리는 것만 제외하고는

다들 잘하셔서  만점자도 있고, 거의 고득점이다.



오전 시간을 그렇게 복습도 하고, 실기도 하면서 4시간이 지났다.



점심으로 찜을 사주셨다.


교수진은 매일 보지 않지만, 원장님은 처음 올 때부터 상담도 하고, 매일 보는 사이라서 교육생들은 원장님이 교수진보다 친숙하다.

원장님은 항상 교육생들과 함께 밥을 먹는데, 다들 도시락을 싸 오시니 그런 데서 오는 친밀감도 큰 것 같다.



교육생들이 원장님께 밥을 산다며 찜을 시켰는데, 나도 옆에서 같이 먹게 됐다. 이번 기수 중에 가장 어린 분이 51~2세 정도여서, 점심 반찬을 싸 오는 것도 모두 건강식이다. 밥도 여러 개 들고 오셔서 그중에 하나를 나눠서 먹게 됐다.



밥을 먹으면서, 한 교육생이 물었다. 

"교수님, 교수님은 이거(학원강의)만 하면 돈이 안될 텐데, 왜 하세요?"

가끔 그런 질문을 하는 분이 계신다. 



사실은 제가 책도 냈고요, 병원에 다니다가 폐업을 했는데 마침 시기에 책이 나와서 강의를 나가고 어쩌고 저쩌고,라고 다 말은 못 하지만, 

"이거 말고 다른 것도 해요."

라고 말해드렸다.






친구들 중에 간호사도 있고, 이번에 대학을 졸업한 조카도 간호사이다.

지역에 간호학과가 있는 대학이 5개나 있으니, 지역 출신 간호사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니 대부분 지역 학교 출신 간호사지)



교육원의 교수진도 대부분이 간호사 출신이다.

그래서 맡을 수 있는 과목도 많다. 

나는 물리치료사이기 때문에 맡을 수 있는 과목이 제한되어 있다.

물리치료사가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다.

나름 '물리치료사 출신 요양보호사 교육원 강의 초기 진출자'에 들어간다.



교육생의 질문과 주변에 있는 간호사들을 보면서,

'내가 간호사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진학을 고민할 때, 간호과도 물론 그 후보에 있었다.

그때 간호과에 한 곳도 지원하지 않은 이유는, 비위가 약해서 피를 못 본다, 였다.

그리고 의사 옆에서 일하기도 싫다고 했다.

(사실 그건 내 생각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지만)



그래서 결국 물리치료과에 지원을 했는데,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들은 간호과에 잘 적응하였고,

병원에 있을 때 월급을 비교하자면, 나보다 최소 50에서 100 이상 받았다.

승진도 물론 잘해서 친구 중에는 수간호사도 있다.



물리치료사 친구들을 보자면, '나 홀로 실장'이 가장 많다.

큰 물리치료실에 있는 친구들은 물론 직급을 달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진 않다.

희한하게도 수능 점수는(간호과보다) 훨씬 높지만 대학 이후의 삶은 별로더란 말이지.



간호사는 선택권도 많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구분이 있는데,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와 더불어 의료인이다.

하지만 물리치료사는 의료기사이다.



의료인이기 때문에 무조건 있어야 할 의료인력에 항상 포함된다.

의료분야 외에도 보험회사, 학교의 보건교사, 기업체, 간호조무사 & 요양보호사 학원 교수진 등등

간호사 출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꽤 많다.



임상에 나오고 나서야 나는, 간호과를 갈 걸, 하고 후회했었다.

오로지 병원이라는 곳만 생각했을 뿐, 정말 좁은 우물에 살고 있었던 나를 보게 된 것이다.



요즘 젊은 물리치료사들은 병원에만 있지 않다.

치료센터나 재활센터, 피트니트 센터나 필라테스 강사로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보건소, 복지센터, 요양원에서 일하기도 하고, 기업체, 보험공단이나 시설공단에서 일하기도 한다.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선생님도 계시고, 나처럼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교수로도 활동할 수도 있고.




이미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다시 간호과에 진학할 거 아니라면, 말이다.

가끔 내가 간호사였다면, 참 할 수 있는 게 많았을 텐데, 교육원 수업도 많이 할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냥 재미있는 상상일 뿐이다.

현실은 병원 밖에서 활동하는 물리치료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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