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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Oct 04. 2024

의사, 간호사가 나를 둘러싸고 노래를 불러줬어

다양한 섬망 증상

섬망은 의학적 이유로 인해 일반적으로 수 시간에서 수 일에 걸쳐 나타나는 급성 혼란 상태이다.

신체 또는 정신적 질병, 극심한 불안, 약물 또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인,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수술 전 또는 끝나고 회복 중인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중환자의 섬망은 높은 사망 위험을 시사한다. (위키백과 출처)




‘섬망‘ 증상이 치매와 다르게 회복 가능하다는 것은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수업을 할 때 내가 교육생들에게 알려줬던 내용이다. 수 일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이 치매와 달라서 치매와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조금 기다려보면 괜찮아지는 것이라고.



아빠는 폐암 수술 이후 섬망 증상이 왔었다. 그때는 전신 마취였고, 이번에는 하반신 마취로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섬망이 심하게 올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오후 늦게 수술을 마치고 그날 밤은 엄마가 밤에 함께 있었는데, 새벽 3시경 병원에서 전화가 와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밤을 꼬박 새웠다고.

평소에 조용한 아빠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온 병동을 들었다 놨다 그렇게 괴팍한 모습이 따로 없었다고 했다.



링거 줄을 뽑아버리지 않나, 침대 난간이 올려져 있는데, 그 사이 틈으로 내려와서 낙상하지 않나.

엄마에게 눈이 내린다고 말하고, 얼른 서둘러야 된다고 저기 버스가 오는데 빨리 타고 가야 한다고.

엄마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 ‘저승사자’가 온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음 날, 내가 아빠와 함께 있을 때도 아빠는 계속 오락가락했다.

멀쩡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또 이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내 생각에는 수술을 하면 여기(다친 부위)를 쨀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어떤 통에 나를 넣더니 의사랑 간호사가 나를 둘러싸고 노래를 불러주더라고.

다양한 노래가 나오는데 좋은 노래를 틀어주더라. 그러고 다 끝났다고 다시 병실로 데리고 왔어.



처음에는 ‘아빠가 착각한 거다’라고 이야기를 했만, 곧 못 알아들을 거라는 것을 알고는 ‘응 그랬구나’하고 들어줬다.

간호사가 와서 ‘아버님 여기 어디예요?’라고 물으니 아빠가 살고 있는 ‘밀양’이라고 말하길래, 여기 창원이라고 말해줘도 아니라고 자꾸 밀양이라고 한다.


수술 전



그렇게 수술 후 3일이 지나면서 다시 그 통 이야기를 하시길래,

-아빠가 ct 찍은 걸 착각하는 것 같아.

라고 말하니 그제야 아, 그런 건가? 하신다. 내가 아빠 다리 옆에 째고 수술했어,라고 이야기를 해주니 조금씩 알아듣는다.



담당 간호사가 올 때마다 ‘아버님 여기 어디예요’라고 물으니 이제는 ‘여기 창원 00 병원'이라고 말하고, '제가 누구예요?'라고 물으니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아버님 여기 어떻게 왔어요?' 물으면 '다리를 다쳐서'라고 까지 한다.



수술 수 섬망이라서 그나마 3일 만에 이렇게 돌아왔는데, 참 길었던 3일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침대 머리를 올려서 앉을 수 있게 됐다. 주말이 지나고 걷는 연습을 할 거라고 했다.

걷기 시작하면 또 다른 일들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이것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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