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병원에서 요양 병원으로
아빠의 사고 후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고 2주가 지났다.
요양보호사 교육원 수업 중에 입원한 병원에서 계속 전화가 왔다. 내가 못 받으니 엄마에게도 전화가 간 모양이다.
수업이 끝나고 통화를 해보니 오전 회진 때 담당 교수가 '오늘내일 중 퇴원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간호사가 말을 그대로 전한다. 그러면서 퇴원 후 요양병원으로 가는지, 집으로 가는지를 묻는다.
퇴원을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 당장 오늘내일 퇴원하라고 하면서, 그 소식을 처음 전하면서, 어디로 갈 건지 결정했냐니, 보호자와 소통 없이 자기들끼리 번갯불에 콩 볶는 느낌이다. 우리는 더 해줄 게 없다며 퇴원을 말한다.
요양병원을 알아보기에는 시간이 늦어져서 일단 '오늘 퇴원은 안 되겠고, 내일 퇴원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어느 위치에 있는 병원에 좋을지 고민했다.
먼저, 우리 집에서 아빠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심 중간에 있으면 퇴원 후 집으로 가는 길이 더 길어질 것 같았고, 나도 아빠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일반으로 받아줄 수 있는 곳이었다. 아빠는 지게차 사고이기 때문에 산재나 자보로 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개인사업자라 그런 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한 곳에서는 일반으로 입원 시 비용부담이 클 것이라며 거절을 했고, 몇 곳에 전화 후 일반으로 최대 비용을 이야기해 주는 곳으로 결정했다.
아빠의 상황이 이렇다,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진정을 넣을 수 있다고 원무과에서 알려줘서 신청을 해둔 상태였다. 다행히도 천사백만 원이 넘던 병원비는 공단에서 의보적용을 해주어 천만 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되면 요양병원도 의보적용으로 갈 수 있으니 한 달 기준으로 삼백만 원가량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약 8년 전, 시아버지와 시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때 두 분을 요양병원에서 보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내 부모가 요양병원에 갈 나이가 되었나,라는 생각도 들고 아직 좌식생활이 어려우니 잠시 가는 거라는 가벼운 느낌도 든다. 치매나 어쩌지 못하는 노환은 아니라 가볍게 한 달만 있으면 되겠지라는 생각.
그럼에도 감염예방 차원에서 병실에 외부인이 못 들어가는 상황 때문에 병원 로비에서 침대에 누운 아빠에게 인사하고 돌아오는 느낌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수술 직후 보호자가 계속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것보다는 몸은 편한데, 생활하는 곳을 못 보고 돌아서는 느낌도 그다지 좋진 않다.
어떤 사주 보는 분이 나에게 '부모가 알아서 잘 사네, 자식한테 기대지 않고'라고 했는데 잘 못 보신 것 같다. 보름 넘게 의보적용 유무 때문에 나는 금액에 대한 스트레스와 남에게 의지만 하려는 아빠에게 실망이 컸다. 착한데 고집이 좀 세어 보이는 아빠가 아니었고, 답답하고 주변 말을 안 듣는 작은 노인만 보였다. 나의 에고는 계속 증폭했다가 내려갔다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엄마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스승'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스승 때문에 화병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