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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실천가 SUNCHA Sep 19. 2023

[창작 소설, 에세이] 우리들 기억 속의 행복한 문구점

학원을 끊었어요

[창작 소설, 에세이] 우리들 기억 속의 행복한 문구점

"학원을 끊었어요.."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하는 예민이다.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면서 예민이를 학교 앞에 태워주고 회사에 간다. 아빠는 아침에 8시까지 회사에 가야 한다고 했다. 학교 앞에 예민이를 7시 30분 정도에 내려다 주고 아빠는 출근한다. 그래서인지 예민이는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 중에서 제일 1등을 매번 하였다. 학교에 1등 오는 예민이지만 항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유튜브만 틀어놓고 왔다갔다 했다.



  아빠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먹고산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키우셨다고 했다. 아빠는 일찍부터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다.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용돈을 벌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새벽에 우유배달과 저녁에 치킨집 배달 아르바이트로 거의 월급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예민이에게도 갑자기 아빠가 아르바이트를 권했다. 아빠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예민이에게 말했다. 예민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아빠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민이에게 구두닦이 1,000원, 방 청소하기 1,000원, 이불게기 1,000원 등 집안일을 스스로 하게 동기부여하였다. 엄마가 없는 집에서 예민이는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 이것 하면 좋은 거지?"

  "그래... 좋은 거지..."



  예민이는 무엇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직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그저 초등학생 5학년만큼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런 예민이는 그저 아빠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어느 날 아빠가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오셨다. 예민이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예민아.... 이리 와봐...."

 "네.... 아빠..."



 "지금 학원에서 뭘 배우니?"

 "영어하고 수학이요"

 "영어하고 수학을 왜 배워?"

 "공부 잘하려고 배우지요..."

 "그럼 너 혼자 그냥 할 수 있잖아?"




  아빠가 갑자기 "너 혼자 공부할 수 있지?" 하고 훅 들어온 질문에 예민이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네....."

 "그래... 그럼 학원 다니지 말고 혼자 공부해라.."



 아빠한테 공부를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예민이는 지금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 어릴 때부터 학원을 계속 다녔다. 학원을 왜 다니는지를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그냥 할머니가 학원비를 내주고 예민이는 학원에 줄곧 다녔다.



 아빠는 무엇이든 왜 하느냐고 예민이에게 물었다.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으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예민이는 그렇게 학원을 그만두었다. 할머니는 무엇이든 배워야 좋은 것이라고 예민이에게 말했었다. 아빠는 그냥 혼자서 할 수 있으면 혼자서 공부하라고 했다. 무엇이 정답인지 예민이는 아직 구분할 수 없다.



 부모의 역할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삶은 달라진다. 할머니가 부모였을 때는 할머니의 생각에 따라 양육되지만 할머니가 없는 지금 아빠가 부모일 때는 아빠의 말을 따라야 한다.



 아이는 삶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부모가 어떤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고 학습하고 배운다. 오늘도 아이는 내가 말한 것과 행동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 기억 속의 행복한 문구점 46화 학원을 끊었어요..... 중에서

꿈실천가 Sun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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