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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작가 Aug 27. 2023

부동산은 결국 사람이다.

부동산 공부 전에 사람 공부를 해볼까.

몇 년 전, 투자의 ㅌ도 몰랐지만 투자를 해야만 했다.

남편은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작은 소도시의 공기업으로 이직했고, 월급이 반토막이 났다. 내 입김이 80% 이상이었던 선택이었고, 호기롭게 때려치우라고 말했지만 현실을 떠올릴 때마다 불안했다.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괜찮아! 잘 될 거야! 공허한 긍정문을 내뱉던 시기였다.

반토막난 월급이 통장에 찍히던 날, 과연 정말 삶이 가능할까, 마음이 흔들렸다. 그 당시엔 둘, 곧 셋이 된 아이들과 200만 원 남짓한 돈으로 정말 살 수 있는 건가?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작은 방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이들 때문에 더욱 잠이 오질 않았다.


밤새 부동산 블로그와 카페를 들락날락거렸다. 분명 한국말인데 미지의 언어처럼 낯설게만 느껴졌다.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걸까.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부동산을 찾았다.


"저기요, 집을 좀 알아보고 싶어서요."


부동산 사장님의 뚱한 반응에 저절로 어깨가 좁아졌다.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별 볼 일 없는, 시간 낭비 같은 고객으로 보였을 테다. 구체적인 질문도 없이 두루뭉술하게 이사 날짜도, 가능한 금액도 없이 뭘 알아보고 싶은지도 모르는 순진한 아줌마에게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겨우 용기 내 열었던 부동산 문을 별 소득 없이 나왔다. 그래도 얻은 게 있다면 내가 사는 동네의 지도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부동산 아저씨가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피(분양권을 전매할 때 얹어주는 웃돈)가 저렴한 물건을 계속 권했다는 점이었다.


그날 밤 다시 부동산 카페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직 우리 동네 글만 검색해서 읽어보았다. 모호한 단어들이 조금씩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 나의 상황을 대입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의문을 하나씩 해소해 보았다.



한창 경기도 광주에 대규모 택지지구가 조성되어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었다. 신랑은 이 도시의 공기업에 취업했으니, 아마도 이곳에서 정년을 맞이할 예정이다. 모르는 동네에 투자하기보다는 입주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있는 이곳에 아파트를 사두면 좋을 것 같다.





왜 이런 지방에 갑자기 아파트를 많이 지을까?(의문 1)

- 지하철(경강선)이 막 개통이 되었다.
- 판교까지 두 정거장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 판교에는 일자리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워낙 비싸서 젊은 사람들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


카페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판교까지의 거리를 찾아보았다. 직주근접, 이라는 용어도 새로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살기를 선호하는구나.' 생각해 보니 우리가 광주로 온 이유도 남편의 직장 때문이었다. 그러데 여기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광주에 새로 짓는 아파트는(택지지구는) 경기광주역에서 상당히 거리가 있다. 또한 판교까지 가는 열차는 자주 운행하지 않는다.


경기 광주에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왜 늘어나고 있을까? (의문 2)


- 성남 구도심에 대규모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광주에 세입자들이 들어오고 있을 거라는 추측.



성남 구도심은 굉장히 낙후한 도시다. 전세금을 빼서 광주의 새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전세에 거주할 수 있는 형편일까? 아마도 광주 빌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실제 부동산에서도 빌라 전세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럼 경기 광주의 택지지구 아파트는 도시 자체의 수요만으로 움직여야 한다. 판교로 출퇴근하는 젊은 세대는 광주의 인프라를 비선호하기 때문에 굳이 역과 먼 택지지구로 가지는 않을 것. 다만 역 바로 앞에도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고 여기는 피가 9,000만 원까지 붙어 있다.






나는 당시 이런 식으로 의문을 하나씩 해소하며 부동산 공부를 했다. 투자법 같은 건 몰랐다.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카페나 부동산의 정보로 팩트 체크를 하며 하나씩 퍼즐을 맞춰보았다. 물론 정답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딱딱한 투자 공부가 아니라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결국 어디를 투자했을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 때문에 나는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왜 움직이는가.


결국 부동산은 사람 공부였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가장 솔직한 심리.


한창 부동산 가격이 가라앉다가 요즘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꿈틀거림에 놀라 급하게 매물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여전히 부동산은 끝났다며 관심을 끈 사람도 있겠다. 늘 그랬으니까.


아직 여유가 있을 때, 자기 동네부터 살살 공부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왜 청약 시장이 다시 불붙었는지. 이게 어떤 시그널인지. 우리 동네엔 분양하는 곳이 있는지. 내가 그 자격은 되는지. 주말에 가볍게 산책 삼아 부동산에도 들러보면서. 요즘 같은 시기엔 아마 아주 친절하실 테니 :)


나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의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투자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부동산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의 입장에서 상대의 입장에서 하나씩 생각을 풀어가다 보면 답이 나온다. 그 답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때 전문가를 찾아도 늦지 않을 것.

 

제발, 스스로 공부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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