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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리다 Jan 23. 2020

엄마 그늘

나의 이야기


해마다 여름이면 엄마의 텃밭은 풍성해진다. 봄이 되면 흙을 손질하시고 모종을 심고 씨를 뿌려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를 키우신다. 내 기억 속 우리 밭은 언제나 깨끗이 가꾸어져 있었고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들로 풍성했으며 지금도 그 맛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참나리             맨드라미

엄마는 식물도 좋아하셔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억하는 우리 집 정원에는 크고 작은 꽃들과 나무들이 많이 있었고 그곳은 놀거리 가득한 나의 놀이터였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핀 흰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 철쭉, 영산홍과 작은 꽃들이 여름이면 담 전체를 뒤덮은 빨간 장미가 가을이면 울긋불긋 물든 낙엽이 수채화 같았고 눈 오는 겨울이면 가지마다 눈꽃이 내려앉았다. 


거실에서 내다보는 우리 집 풍경은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클래식 LP판을 턴테이블에 걸어놓고 비 오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었다. 빗방울이 꽃잎과 나뭇잎에 그리고 채소에 또르르 떨어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도라지꽃                                                           귤


해가 갈수록 엄마의 키가 작아지는 만큼 정갈하고 예쁜 엄마의 텃밭도 작아지고 있지만 우리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 힘든 것도 잊고 밭을 일구고 가꾸신다. 없는 게 없이 다 있던 텃밭에 작년에는 몇 가지 채소밖에 없었다. 어렸을 땐 엄마가 힘들까 봐 텃밭을 관리하시는 게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예전처럼 없는 게 없이 다 있던 엄마의 텃밭이 그립다. 그래서 작년에는 갈 때마다 따주시는 오이, 고추, 가지, 머위를 사양하지 않고 받아왔다.



고추는 색깔별로 냉동실에 얼려두었고 가지는 열심히 먹고도 남아서 가지런히 썰어 실에 꿰어 햇볕 좋은 가을에 말려두었다.



음식을 만들 때 꺼내 쓰면서 열매가 맺기까지 정성을 쏟으셨을  마음을 느끼게 된다. 또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음식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엄마의 그늘 아래 있다는 생각에 미소 짓곤 한다. 힘들지 않게 조금만 심으시라고 얘기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채소가 열리는 텃밭을 기대해본다.


엄마와 엄마의 손길이 닿은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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